박 대표는 1965년생으로 연세대(독어독문학) 졸업 후 동 대학 경제학과 석사를 마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MBA 취득 후 1993년부터 2007년까지 SK텔레콤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지나 온 궤적에서 볼 수 있듯 박 대표는 그룹 내 전략통으로 꼽힌다. SK그룹 신사업 전략가로 포트폴리오 기획에 강점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30년간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그룹 내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과거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 전 부회장과 함께 신세기통신(이후 SK텔레콤과 합병)을 인수한 건 등이 있다.
이러한 박 대표 역량은 SK스퀘어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SK스퀘어는 직접 사업을 전개하지 않고, 전략적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드림어스컴퍼니 등을 주요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지분도 20.1%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 매출로 잡힌다. 연결 실적으로 포트폴리오 내 회사들 실적과 지분법 손익이 반영되는 식이다.
SK스퀘어는 박 대표 주도로 글로벌 투자전문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COO(최고운영책임자)도 겸임하면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SK스퀘어는 SK쉴더스를 시작으로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과는 썩 좋지는 못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함께 IPO 절차에 돌입했으나 금리 인상 여파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가 맞닥뜨린 최우선 과제는 11번가 IPO였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H&Q코리아가 참여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은 적 있다.
이때 투자 조건에 올해 9월 말까지 IPO를 마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재무적투자자(FI)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11번가 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까지 묶어 11번가를 강제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IPO 시장 역시 증시 침체로 투자심리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20년부터 적자 상태인 11번가는 비용 효율화 작업에 착수하고 신규 광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과 매각 협상도 결렬됐다.
11번가 IPO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설상가상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투자받은 5000억에 연 이자율 8%를 더한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박 대표는 이보다는 차라리 강제 매각 수순을 밟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1번가 지분 매각 권한이 FI에게 넘어가면서 강제 매각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올해 포트폴리오 기업 정리도 단행했다. IPO에 실패한 SK쉴더스 지분은 스웨덴 글로벌 PEF인 EQT파트너스에 8600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경영권도 넘겼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자회사 웨이브는 최근 CJ ENM 티빙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병할 경우 CJ ENM이 최대주주, SK스퀘어가 2대 주주로 남을 전망이다. 웨이브 역시 내년 11월까지 상장이 불발되면 전환사채 2000억원 가량을 상환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 대표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SK스퀘어 출범 당시 목표는 M&A와 IPO로 순자산가치 7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내년 원스토어, 티맵모빌리티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스토어는 최근 게임사 크래프톤으로부터 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얼마 전 LK투자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1260억원 규모 프리 IPO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숨통을 틔웠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업그레이드된 ‘올 뉴 티맵’을 앞세워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 외에도 대리운전 사업, 주차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다만 수익성은 더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 987억원을 기록했다. 티맵모빌리티는 2025년 IPO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활동에서도 유의미한 성과가 요구된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유치 목적에 따라 인원을 배치하고 프로젝트별 업무 수행 방식을 도입했다. 하형일 CIO 단독체제를 이원화해 반도체 중심 신성장 영역 투자를 담당하는 ‘CIO 그로스’와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자산 가치를 높이는 ‘CIO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나눴다.
이를 위해 40대 중반 송재승 CIO를 발탁 선임했다. 하 CIO는 그로스를, 송 CIO는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잇달아 IPO 실패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는 주가를 부양하는 게 급선무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2억원 규모 자사주 5000주를 매입하면서 ‘취업턱’을 냈다. 3월 말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첫 주식 매입이다. 박 대표 취임 후 SK스퀘어는 적극적 주주환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주주환원 정책을 대내외에 공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주주환원 규모는 경상배당수입의 30% 이상으로 정했고, 회사 투자 성과 일부도 공유하기로 했다. 실제 SK스퀘어는 지난 8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00억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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