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은 2023년 5월 이후 9개 증권사(KB, 하나, 한투, 키움, NH, 미래에셋, 교보, SK, 유진)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고, 검사 결과 위법사항 및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상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잠정)되었다고 17일 발표했다.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1 대 1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선호되어 왔다.
금감원은 2023년도 검사계획 중 하나로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에 대한 테마검사를 선정 및 발표했고, 수탁고, 증감 추이, 시장정보 등을 고려하여 총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 및 신탁 업무실태에 대해 집중점검했다.
제3자 이익 도모 행위가 지목됐다. 일부 운용역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연계 및 교체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했다.
증권사별 손실전가금액은 수 백∼수 천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며 "관련 혐의자(운용역)는 총 9사, 30명 내외"라고 밝혔다.
금투업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 제공해서는 아니되는데,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하였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과의 계약으로 정한 편입자산의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을 위반해서 랩 및 신탁은 운용해서 계약조건 위배가 나타났다.
예컨대, 한 증권사는 고객과의 랩 계약시 운용 가능한 자산의 잔존만기 한도를 1년으로 제한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잔존만기가 4년인 회사채를 편입하여 운용했다.
일부 증권사는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동일 투자자의 랩 계좌 간 위법 자전거래를 하기도 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펀드 운용 의혹도 적발됐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자산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유자금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특정 채권, CP를 고가매수하도록 요청하는 등 펀드 운용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증권업계에 랩·신탁 운용 시 편입자산의 만기 불일치 및 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감안하여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시장금리와 괴리되는 가격으로 이루어지는 이상거래 등에 대한 모니터링 및 내부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자 대상으로는, 랩·신탁 계약체결·운용·환매 과정에서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됐다. 금감원은 "랩·신탁을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하고 환매 시 원금 및 수익률을 보장하는 잘못된 관행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하여 랩·신탁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아울러,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하여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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