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자산운용 “현대엘리베이터, 꼼수 부렸다”… 기습 공시 규탄 [소액주주도 주주다]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현대엘리베이터의 ‘꼼수’ 주주총회 소집과 안건 정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약 2%를 보유한 KCGI자산운용(대표 김병철닫기김병철기사 모아보기)의 명재엽 주식 운용팀장이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사 선임’을 단일 1호 안건으로 둔 공시를 기습적으로 하면서 소액주주의 주주 제안 권리를 원천 봉쇄했고, 수탁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안건을 자세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마저 주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명재엽 팀장은 “상법상 주총 주주 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 전달해야 하는데, 현대엘리베이터는 정확히 6주 전인 지난달 17일 당일 주총 일정을 발표해 주주 제안을 원천 봉쇄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이달 13일, 주총 2주를 앞둔 상태에서 2호 안건 정정 공시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추가한 것과 관련해서도 “소액주주 주주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회사 측이 선정한 인사로 정하면서 주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 같은 행위는 최대 주주 영향력을 제한하고 감사‧감사위원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분리 선출 사외이사(3% 규정)’ 제도 취지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상법 제도 맹점을 악용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2주 전 정정 공시는 수탁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기관투자자 절차상 주총 사안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도 의구심을 품었다.

명 팀장은 “지난달 공시한 3.2% 자사주의 우리사주 대상 처분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정당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직 분리 선출 사외이사 ‘서창진’ 감사위원 사임 시점이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12월 29일인 점도 의심되는 지점”이라 피력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의 주주 권리 침해에 대한 입장과 임시주총 안건 철회, 주주 권리 보호 대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배주주와 우호적 관계로 추정되는 사모펀드 회사 ‘H&Q 코리아 파트너스’의 임유철 공동대표가 기타 비상무 이사 후보로 추천된 점에 관해서도 “지배주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라 비판 목소리를 냈다.

명 팀장은 “H&Q 코리아 파트너스는 현대엘리베이터 교환 사채권자이자 그 대표이사는 이번 임시주주총회 기타 비상무 이사 후보자”라며 “법을 악용해 일반 주주 권리를 침해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결정에 H&Q 코리아 파트너스는 수탁자 책임 의거 기관투자자로서 입장을 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 그는 “H&Q 코리아 파트너스가 조성한 펀드 출자자들은 국내 유수 기관투자자들”이라며 “그들은 소액주주권리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준칙)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29일 열린다.

앞서 현정은닫기현정은기사 모아보기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기 위한 총회다.

명재엽 팀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요주주인 쉰들러홀딩스와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주주들이 주주 권리 침해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ISS, 글라스 루이스(Glass Lewis) 등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과 서스틴베스트, 한국ESG기준원(옛 한국기업지배구조원‧원장 심인숙) 등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의 객관적이고 책임 있는 의결권 자문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남겼다.

개인 투자자들을 향해선 “편법으로 얼룩진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해 본인 재산권 및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문제없단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대홀딩스컴퍼니(대표 박시범)와 H&Q 코리아 파트너스 간 투자 계약 종결 시점은 지난달 16일”이라며 “기존 감사위원 가운데 한 명이 일신상 이유로 중도 사임함에 따라 추가 선임이 불가피해져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시한 것”이라 전했다.

이어 “이사회 독립성 확보와 더불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수한 것”이라며 “전혀 문제 삼을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 보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