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하고 9월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연체율을 공개했다. 금융권 전체 PF대출 연체율은 2.42%로 6월말 2.17%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1.19% 대비로는 2배 이상 올랐다.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여전사)의 PF연체율은 4.44%로 3년 전인 2020년 말 0.28%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 금융권의 PF연체율 증가율은 ▲증권 4배 ▲보험 10배 ▲저축은행 2배 ▲상호금융 14배 수준이다.
캐피탈 업권은 2021년 말까지 0.5%대 이하의 연체율을 유지했지만 2022년 말 2.20%로 급증하더니 최근 연체율 4.5%를 목전에 두게 됐다.
수익성 높이기 위해 늘린 부동산금융이 발목
지난 몇 년간 국내 캐피탈사들은 할부·리스 부문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동산금융 비중을 늘려왔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캐피탈사의 기업금융 자산 비중은 27.8%에서 올해 6월 말 36.6%로 늘어나 할부∙리스 자산 비중을 앞지르게 됐다. PF대출은 기업금융 자산 비중에 포함된다.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금융은 캐피탈사의 쏠쏠한 수익원이 됐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는 물론 건전성을 위협하는 골칫덩이로 돌아서게 됐다.
특히 브릿지론의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출을 말한다. 다음 단계인 본피에프와 비교해 예상 수익이 많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금융업권 부동산PF 리스크 점검(캐피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AA급 캐피탈사의 영업자산에서 본PF가 차지하는 비중은 8%, 브릿지론 비중은 4%에 그치지만 BBB급 캐피탈사의 본PF 비중은 13%, 브릿지론은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이 낮을 수록 브릿지론이 비중이 훨씬 큰 것이다.
진짜 어려움은 내년부터라는 전망 우세
문제는 본격적인 피해가 내년부터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국내 부동산PF 시장은 잠재 위험이 큰 상태로 내년 그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올해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미뤄 왔던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금융 자산 비중이 높고, 고위험 부동산 금융의 규모가 큰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브릿지론의 경우 부동산 PF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다"며 "이에 익스포저가 집중돼 있는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의 경우 내년에도 실적저하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의 경우 거품이 거의 다 제거됐지만 부동산시장은 충분히 거품이 빠지지 않았다"며 "부동산가격 추가 하방압력이 존재하는 가운데 토지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토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브릿지론으로 구입한 토지가 시장에 저가로 나와야 한다는 것.
NICE신용평가는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PF 부실 영향에 캐피탈사 신용등급 하락
이와 같은 상황에 국내 캐피탈사들의 신용 등급전망이 하향되고 있다. 먼저 지난 6월 OK캐피탈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BBB+(안정적)'으로,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한신평은 "부동산금융 위주로 영업자산이 구성되어 있으며 부동산금융의 부실 발생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는 것"과 "대손비용 확대로 적자 전환했으며 유동성관리 부담이 지속되는 것"을 평가 이유로 밝혔다.
이어 “기존에 취급한 브릿지여신 등 부동산금융에서 추가 부실발생 가능성이 내재돼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으며 주요 영업자산인 브릿지여신의 만기연장이 이어지고 있어 자산 회수 스케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M캐피탈도 유사한 이유로 등급 전망이 하락했다. 이달 초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M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전망 조정의 배경으로는 부동산 금융 관련 자산 건전성의 위험이 꼽힌다.
NICE신용평가는 "부정적 거시경제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브릿지론을 포함한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회사의 재무 안정성의 개선 가능성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캐피탈 산업 외부환경 저하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 전반의 신용도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부연했다.
캐피탈업권 손잡고 위기 탈출 고심
이에 캐피탈업계는 지난 9월 '여전업권 PF 정상화 지원펀드' 조성을 합의했다. 신한·하나·KB·우리금융·IBK·메리츠·BNK·NH농협·DGB 등 9개 캐피탈사가 투자자로 참여해 1600억원을 출자한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FI)의 2400억원을 매칭해해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부지 인수 ▲채권 매입 ▲사업자금 지원 등 유형별 투자를 통해 재구조화를 촉진할 예정이다.
펀드 운용을 맡은 한투리얼에셋운용은 PF 사업장 선별, 투자 타당성 등을 검토해 4~6개 사업장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장에는 각각 700~1000억원 가량 투입된다. 운용사는 외부 자문기관으로부터 회계·법률 검토 등을 받은 후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
당초 10월 말 펀드 결성을 목표로 했지만 채권단과 캐피탈사·FI(재무적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운용사 간의 가격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며 2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다만 여신업계에 따르면 연내에 펀드 결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완규닫기정완규기사 모아보기 여신금융협회장은 “민간의 힘으로 자체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펀드 조성이 성공사례로 이어지도록 참여자들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출범식에 참여한 주요 캐피탈사 대표이사 및 유관 기관 역시 이번 펀드가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충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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