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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시진핑] ② 브릭스 중심으로 달러 결제망에 반기

기사입력 : 2023-1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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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이미지 확대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브릭스 중심으로 달러 결제망에 반기
[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시진핑] ② 브릭스 중심으로 달러 결제망에 반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중심의 국제 결제망, 즉 스위프트(SWIFT)의 위력을 약화시키는 데도 적잖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스위프트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Telecommunication)의 약자로 1973년 국제송금 등 은행간 통신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망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된다는 건 국제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로 경제적 고립과 동의어다. 미국은 실제 페트로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이 결제망에 대한 통제력을 적극 활용했다. 이란과 북한, 러시아를 스위프트망에서 배제했다.

스위프트는 양날의 칼이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이란과 북한, 러시아가 미국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퇴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회원국들도 두려움에 떨 수 있다. 이 같은 공포정치는 언뜻 보면 달러 패권 유지에 도움이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회원국들은 공포심 때문에 스위프트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강력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스위프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결제망 독립 시도가 꾸준이 이뤄지고 있다.
시진핑 주도로 이뤄진 2022년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에서 이같은 모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기존 브릭스 5개 회원국을 비롯해 총 18개국이 참여해 그해 6월 23~25일 사흘간 열린 베이징 브릭스 정상회의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새로운 기축통화와 그에 맞는 국제 결제망 구축에 합의했다.

브릭스정상회의(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브릭스정상회의(사진=위키피디아)
브릭스(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머릿글자를 딴 명칭이다. 이 회의엔 이들 외에도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이집트,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이시아, 태국 등 13개국이 가세했다.

브릭스의 이같은 움직임은 페트로달러 패권에 충분히 위협적이다. 2000년 세계 GDP의 8%를 차지했던 브릭스 경제 규모는 2018년 32.6%로 성장했다. 인구는 약 31억6000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41.6%를 차지한다. 교역량은 20%, 외환보유액은 35% 비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13개국이 가세할 경우 브릭스의 경제력은 훨씬 더 커진다. 위안화 석유 결제를 추진했다 경제봉쇄를 당한 이란과 아르헨티나는 일찌감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월가에서는 2050년이 되면 브릭스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동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은 기조연설에서 브릭스의 자급자족 독자경제권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브릭스 국제결제시스템과 기축통화를 만들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시진핑도 “세계경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브릭스 회원국간 국제결제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시진핑 주도의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푸틴이 맞장구를 친 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루블화가 스위프트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브릭스가 새로운 기축통화와 결제망 구축에 나서면서 시진핑의 페트로위안 구상이 힘을 받고 있다. 제3의 통화나 결제망보다는 위안화와 위안화 결제망(CIPS)을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유로화 발행 비용과 안정화되기까지의 시간, 회원국간 이해관계의 조정이 어렵다는 전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은행들이 자국의 루블화 결제 시스템 SPFS 이외에 CIPS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2년 미국이 이란을 SWIFT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보고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섰다.

인도도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시 위안화 결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여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빈 살만과 위안화 석유결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망 편입은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CIPS 시스템에 인민은행의 디지털위안화(CBDC)를 연동시킬 경우 브릭스 역내 국가간 위안화 결제는 가속화 할 전망이다. 디지털위안화는 은행 계좌를 거치지 않고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제와 송금 과정이 단순해진다. 휴대폰끼리 부딪치기만으로도 결제와 송금이 이뤄질 수 있어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용한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2015년 출범당시 CIPS 참여 기관은 중국은행 11곳과 도이체방크, HSBC, BNP파리바 등 외국은행 8곳이었던 게 현재 103개 국가의 1280곳으로 늘었다. 2022년 기준 거래 건수와 금액은 각각 약 334만건, 90조위안에 이른다.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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