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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일런머스크] ①전력 공급망 독점 꿈꾸는 테슬라

기사입력 : 2023-11-06 17:06

(최종수정 2023-11-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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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이미지 확대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일런 머스크-전기 공급망 독점 꿈꾸는 테슬라
일런머스크(Elon Musk) [사진=TED, YOUTUBE)이미지 확대보기
일런머스크(Elon Musk) [사진=TED, YOUTUBE)

화폐전쟁의 관점에서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페트로달러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격을 받고 있는 페트로달러 진영에서 도 그를 아직은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손자병법을 생각해보면 적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페트로달러 이후를 언급할 때 일반적으로 페트로위안이 거론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전만해도 페트로유로였다. 페트로, 즉 기축통화 시스템의 한 축인 석유는 지난 50년간 위협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일런 머스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두 축인 석유와 달러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이미지투데이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만들어진 건 1973년 아랍과 이스라엘간 전쟁으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다. 석유값이 치솟자 미국은 석유 공급선을 안정화하고, 사슬을 끊은 금이란 근원자산을 대체할 수단으로 석유와의 동거를 기획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를 달러로만 판매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페트로달러라는 절대반지가 탄생했다. 당시 글로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중 석유 비중은 43%, 선진국의 경우 57%에 달했다. 공장을 돌리기 위한 석유를 사려면 우선 달러를 사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런 머스크는 위안화가 달러와 싸우고 있는 사이 페트로, 즉 석유를 공격하고 있다. 그의 무기는 일렉트로, 다시말해 전기다.

일런 머스크는 석탄과 석유 사용이 제로가 되고 세상을 전기로만 운영하는 상태를 꿈꾼다. 이 것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그가 숨쉴 수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수퍼 하드 워커(일 중독자)가 됐다고 곧이곧대로 믿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그는 이 같은 지구가 만들어지는 시한을 2045년으로 설정했다. 실제 석탄과 석유가 모두 전기로 대체되면 전력 사용량이 지금의 2.28배가 되는 테라바이트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게 일런 머스크의 전망이다.

향후 약 20년간 지금 적어도 지금 사용하는 전력량 만큼을 더 생산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일런 머스크가 주목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현재 각국이 생산하는 전력은 기존의 방식대로 생산한다고 쳐도, 추가 생산하는 전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하고 유통하고 결제하겠다는 게 일런 머스크의 큰 그림이다. 전기의 공급망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생산 방식이란 화력과 원자력 등 재래식 발전을 태양광으로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사하라 사막, 달나라, 화성 등에 거대한 집광판을 설치해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신병동 환자의 공상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일런 머스크이기 때문에 세상은 그가 어떤 방법으로 화성에서 태양광 발전을 할 지 궁금해 한다. 당장은 가정과 공장에서 사용하는 태양광 집광판의 생산단가와 유지보수비를 낮추는 것에 몰두했다. 심지어 보기 사나운 디자인을 개선해 일반이 보면 멋드러진 지붕을 연출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새로운 유통 방식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쉽게 말해 배터리 구독 서비스다. 태양광 발전은 배터리가 필수다. 낮에 생산한 전기를 저녁에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밝은 날 발전한 전기를 비오는 날 사용해야 한다. 일런 머스크가 전기차를 만든 건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라기 보다 배터리를 팔기 위해서라는 생각마저 든다. 전세계 20억 대의 자동차가 전기차로 모두 바뀌면 20억 개의 배터리를 보급하는 것이다. 사실상 전세계 모든 가정에 대용량 배터리가 한대씩 보급되는 것이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듯 충전소에서 전기를 사는 세상이 가능해진다. 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지구의 유통 허브에 전송하고, 배터리로 각 가정에 배급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일런 머스크는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과 산업용 배터리 메가팩을 개발해 미국 텍사스를 중심으로 양산화를 시험하고 있다. 한달 20만 원의 전기료를 내는 가정이 파워월을 월 3만원에 구독하면 전기료가 10만원으로 낮아진다면 안 쓸 가정이 있을까.

일런 머스크가 만들 에너지 혁명이 석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페트로달러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달러가 금에서 석유로 파트너를 바꿨듯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다면 절대반지를 빼앗기지 않을 수도 있다. 달러는 이제 위안화가 아니라 일런 머스크와 싸워야 한다.

획기적인 비용절감 대상은 비단 생산과 유통 뿐만이 아니다. 결제 비용을 사실상 제로로 낮추는 시도가 일런 머스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전력 공급자가 되려면 환전, 송금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일런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사명은 X다. X는 일런 머스크가 처음 설립한 회사 이름을 되살린 것이다. 그만큼 X에 애착이 있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X 는 더 이상 문자 기반의 SNS로 남지 않을 것이다. 일런 머스크의 계획은 X를 세상의 모든 돈이 몰리는 파이낸셜 수퍼앱, 즉 금융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제와 저장, 거래가 모두 가능한 플랫폼이다. 일런 머스크가 테슬라를 인수할 수 있었던 건 페이팔이란 결제 앱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X를 통해 결제와 송금, 환전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복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해보면 달러 진영은 식은 땀을 흘릴 수 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 김창익,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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