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인기가 높은 국내에서 둘을 합친 모바일 MMORPG인 리니지 시리즈(리니지W, 리니지2M, 리니지M 등) 기세는 매섭다. 리니지는 개발사 엔씨소프트를 게임업계 ‘큰형님’ 자리에 앉혔다. 엔씨소프트를 시가총액 5조 규모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회사 설립 1년 만인 1998년 9월 국내 최초 MMORPG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듬해 코스닥 상장 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리니지 후속작 ‘리니지2’를 선보였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지났다. 리니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올 상반기 기준 리니지 시리즈는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한다. 리니지 IP 게임이 처음 출시된 지 무려 25년이 지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대단한 리니지 IP가 이제는 오히려 엔씨소프트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의존도를 줄이고 더 나아가 ‘리니지’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엔씨소프트가 이런 상황을 방기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홍원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경영진 차원에서 문제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에 대한 원인 분석도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며 “새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 구체적인 액션이 최근 출범한 변화경영위원회다. 엔씨소프트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경영 효율화와 체계 변화를 꾀하기 위해 구성됐다. 위원장은 구현범 엔씨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맡았다. 김택헌 CPO(최고퍼블리싱책임자), 김성룡 CIO(최고정보책임자), 홍원준 CFO, 이재준 CoS(최고보좌관), 최문영 PDMO(수석개발책임자)도 참여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한 사람이 안 보인다. 김택진 대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늬만 ‘변화’인 건 아닐까? 아니면 김택진 참여가 오히려 변화를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일까?
업계 관계자는 “그의 또 다른 직함을 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는 내부 경영을 책임지면서 게임 개발 부담까지 안고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외에 CCO(최고창의력책임자)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CCO는 게임 개발 단계를 점검하는 등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이다. 국내 게임사 창업자들이 개발 단계에서 물러난 것과 달리 김 대표는 여전히 최전선에서 신작 개발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변화경영위에서 김 대표가 빠진 이유가 당분간 게임 개발에만 전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 같다.
김 대표가 리니지 개발 철학을 한 편에 넣어두고, 다시 게임업계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변화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쓰론 앤 리버티(TL)’다.
12월 국내 출시를 앞둔 TL은 김 대표가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TL이 성공적으로 론칭할 경우 김 대표는 다시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6~19일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3’에 8년 만에 참가한다. 이 자리에서 개발진이 직접 TL 최신 버전 데모 플레이를 진행한다.
지난 9월 북미에서 진행된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거친 후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관심거리다. 지난 5월 국내 베타 테스트에서는 수익모델, 조작감 등이 리니지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슈팅 ‘LLL’ ▲난투형 대션 액션 ‘배틀 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등을 출품한다.
모두 다른 장르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선보여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올해 지스타를 계기로 절치부심 김택진이 다시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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