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현재 전 세계 14개국에서 16개 법인과 2개 지점을 운영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해외 법인 형태는 ▲금융법인 ▲자문법인 두가지 형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에 자문법인을 열어 진출 후 시장조사와 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여신전문금융사 ‘파라미트라 멀티파이낸스(Paramitra Multifinance)’를 인수해 이를 기반으로 금융법인인 ‘현대캐피탈 인도네시아’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설립되는 법인에는 현대캐피탈(75.1%)을 필두로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4위 ‘시나르마스(15.0%)’ 그룹과 ‘신한 인도네시아(9.9%)’가 주주로 참여한다.
그동안 현대캐피탈이 금융 상품을 직접 제공하는 형태의 ‘금융법인’으로 진출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8개국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거나 수요가 높은 국가에 금융법인을 세워 진출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캐피탈이 동남아시아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자문법인을 세운데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 법인을 자문법인에서 금융법인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중요도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장률 5.3% 인니, ‘원 팀’의 공략 타겟 되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작년 경제성장률이 5.31%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로, 전 세계 4위에 이르는 인구 수(2억 7,753만 명)를 자랑한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판매된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이기도 하다.이에 현대캐피탈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브카시’ 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최초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한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3005대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의 판매 대수는 현지 생산이 시작된 2022년 3만 1965대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1~7월 누적 판매대수는 2만 65대로 전년 대비 48.1%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같은 기간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6.5%를 기록하며 현지 1위 업체로 올랐다.
이처럼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존재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지 정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전기차 지원 정책을 강화해 2025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0%를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브랜드 가운데 가장 먼저 전기차 생산체제를 현지에 구축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먼저 보조금 정책의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수출을 통해 아세안 지역 공략도 적극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7월 3만 114대의 인도네시아산 자동차를 아세안 등 인근 해외 시장에 수출하며 전년 동기 대비 70.0% 급증한 수출 대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를 기점으로 현대차의 동남아시아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금융법인 설립을 통해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펼치며 현대차그룹과의 ‘원 팀(one team)’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신규 법인 설립을 통해 더욱 많은 인도네시아 고객들이 현대캐피탈의 합리적인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원 팀’ 위해 투입된 전문가 목진원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은 모기업과 강력한 ‘원 팀’ 체제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2021년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며 그룹과의 결속을 더욱 강화했는데 업계는 당시 이 배경으로 ‘해외 사업 강화’를 꼽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금융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법인과 파이낸셜을 설립해 국제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캐피탈과 ‘원 팀’으로 글로벌 공략에 더욱 집중하려는 시점에서 현대캐피탈의 운전대를 잡게 된 인물이 바로 목진원 대표다.
목 대표는 맥킨지, 소프트뱅크 등 해외 기업에서 전략과 해외영업 부문을 담당한 글로벌 전문가다. 지난 2020년 현대캐피탈 캐피탈부문 대표로 합류하여 글로벌 인프라 구축과 해외 사업조직 조율 등을 담당했다.
대표이사로 선임된 첫 해 글로벌 자산 1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인정 받아 2021년 현대캐피탈 단독 대표로 선임됐다.
목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2021년 10월 현대캐피탈뱅크유럽 이탈리아 지점을, 지난해 1월에는 현대캐피탈 프랑스 법인을 설립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유럽시장 확대에 속도를 붙였다.
해외 판매채널 확대에 힘입어 올해 초 기준 미국을 제외한 현대캐피탈 해외법인의 금융자산 잔액은 25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7년 기준 8조5000억원 대비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로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주목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씩 높이기도 했다.
목진원 대표는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초 새로운 방향성을 담은 기업 비전 ‘금융으로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 in Mobility Finance)’를 발표했다.
새로운 비전 ‘금융으로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는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룹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모빌리티 혁신에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전속금융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캐피탈은 국내외에서 글로벌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디지털 역량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현대캐피탈은 올해 디지털 인력 채용과 조직을 확대하고 서울 본사를 비롯해 해외 각 법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목진원 대표는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지원을 위해 자동차금융서비스의 커버리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에 필요한 디지털과 글로벌 금융 역량 등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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