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200억원을 들여 제작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배우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다.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갇힌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지난 2021년 2월 촬영을 마쳤으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이선균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개봉은 미뤄질 전망이다. 개봉하더라도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400만명 달성도 장담할 수 없다.
그 결과, CJ ENM의 부채 총액은 2021년 3조7373억원에서 올 상반기 기준 6조2333억원으로 66.8%나 폭등했다. 대내외 경기 악화로 CJ ENM 주 수입원인 광고 시장이 위축됐고, 투자한 영화나 콘텐츠 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들이면서 부채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가 흥행에 실패했고,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유령’과 ‘더 문’도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 CJ ENM의 흥행작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공조2: 인터내셔날’,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뿐이다. CJ ENM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티빙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 2분기 실적도 479억원 적자다. CJ ENM이 콘텐츠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렸지만,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어 넷플릭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 ENM은 2021년 향후 3년간 콘텐츠에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 밝힌 바 있다. 이에 2021년 707억원이었던 콘텐츠 투자액은 지난해 1168억원으로 65.2%나 뛰었다. 올해도 콘텐츠에만 1400억원대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CJ ENM은 부채 총액을 누르기 위해 티빙에도 6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상환 날짜가 오는 12월 29일이라는 점이다. 두 달 내로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앞서 올해 초에는 채무 상환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이선균 주연의 기대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CJ ENM 구원투수로 보였다. ‘유령’, ‘더 문’으로 이어진 흥행 부진을 끊어내고,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과 함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영화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때아닌 이선균 리스크에 영화 개봉은 요원해질 전망이다.
CJ ENM은 27일 현재 시가총액 1조1250억원으로, 5만13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 시가총액 2조2920억원, 2월 최고가 11만7500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확히 절반을 잃었다. 경영난 타파를 위해 자회사인 ‘빌리프랩’도 하이브에 넘긴 CJ ENM이다. 또 다른 묘수가 필요하다.
CJ ENM은 이러한 휴먼 IP(지식재산권) 사업으로 무너진 적자 구조를 만회할 수 있을까. 11월 8일 나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정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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