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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비로소 현대차 정체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사입력 : 20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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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에 곡선 대신 헤리티지 직선 채택
스토리 있는 디자인 담은 신형 싼타페

▲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이미지 확대보기
▲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무대에서 잘 나가고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디자인 혁신이 꼽힌다. 가격이 저렴한 자동차에서 도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로 바꿔가고 있다. 내연기관차 엔진 개발이 사실상 중단되고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시대적 상황도 발빠르게 디자인 변화를 준비한 현대차에 도움이 됐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 영입을 통해 정립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전략이다.

2000~2010년대 현대차는 곡선, 기아는 직선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폭스바겐·아우디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기아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철학 아래 세단 라인업 K시리즈를 론칭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체처럼 흐르는 조각)’를 방향성으로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차량을 내놓았다.

그런데 현대차는 2018년 플루이딕 스컬프처 대신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감성을 더한 스포티함)’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들고 나왔다. 소비자 감성을 만족시키는 역동적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의지였는데, 어떤 특징에 중점을 두는지 한마디로 콕 집어말하기 모호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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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브랜드 공통 디자인을 의미하는 ‘패밀리룩’에서 벗어나겠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체스판의 말은 킹·퀸·비숍·나이트 등 다른 형태와 역할을 지니지만 결국 한 팀”이라며 “앞으로 현대차도 각 차량 마다 다른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GM,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에서 근무한 해외파 디자이너다. 2016년 현대차로 영입돼 2018년 벤틀리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루크 동커볼케 사장에 이어 현대디자인센터장에 올랐다. 영화 트랜스포머에도 나온 쉐보레 카마로 5세대가 그의 대표작이다. 유려한 곡선을 바탕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에 직선을 접목시켜 근육질 형상을 더욱 강조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이름값 높은 차량에도 과감한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는 도전 정신에 현대차가 주목했다.

당시 현대차 고민은 SUV 인기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세단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해외 시장에서 주력 판매 차종인 세단을 살리기 위해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새롭게 들고 나온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본격 적용한 모델이 쏘나타 8세대, 아반떼 7세대, 그랜저 6세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등이다. 전반적으로 스포츠 세단처럼 역동성을 강조한 형태와 디지털 데이터로 만든 선과 모형을 더한 ‘파라매트릭’ 패턴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내수용 차량으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그랜저도 공격적인 디자인 혁신을 통해 최다 판매량을 끌어낸 것이 돋보였다.

최근 현대차는 새로운 공통 ‘얼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코나 2세대, 쏘나타 8세대 페이스리프트, 그랜저 7세대 등에 적용된 일자형 전조등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가 그것이다. 현대차가 “조명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지향적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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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너무 짧은 주기로 갑자기 변하는 디자인은 단점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기존 디자인에 익숙한 소비자가 느끼는 거부감이다.

그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그만큼 약하다는 인상도 준다. BMW 키드니 그릴, 아우디의 큼지막한 방패형 그릴 등 ‘명차’들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는 패밀리룩을 지향한다. 브랜드 자신감의 발현이다.

이에 현대차도 헤리티지(유산)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포니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오닉5, 1세대 ‘각그랜저’에서 일부 디자인 요소를 가져온 그랜저 7세대, 박스형SUV 갤로퍼를 부활시킨 듯한 싼타페 5세대 등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족시키겠다”는 초기 목표에는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신형 싼타페에는 이 점이 두드러진다. 이 차량은 레저용 SUV로 주로 쓰이는 기능적 측면을 디자인 작업 초기부터 반영했다. 트렌드와 달리 후면 램프를 아래쪽에 배치한 것도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반성했다”며 “과거와 단절도,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고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스토리 있는 디자인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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