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10년대 현대차는 곡선, 기아는 직선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폭스바겐·아우디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기아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철학 아래 세단 라인업 K시리즈를 론칭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체처럼 흐르는 조각)’를 방향성으로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차량을 내놓았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브랜드 공통 디자인을 의미하는 ‘패밀리룩’에서 벗어나겠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체스판의 말은 킹·퀸·비숍·나이트 등 다른 형태와 역할을 지니지만 결국 한 팀”이라며 “앞으로 현대차도 각 차량 마다 다른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GM,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에서 근무한 해외파 디자이너다. 2016년 현대차로 영입돼 2018년 벤틀리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루크 동커볼케 사장에 이어 현대디자인센터장에 올랐다. 영화 트랜스포머에도 나온 쉐보레 카마로 5세대가 그의 대표작이다. 유려한 곡선을 바탕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에 직선을 접목시켜 근육질 형상을 더욱 강조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이름값 높은 차량에도 과감한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는 도전 정신에 현대차가 주목했다.
최근 현대차는 새로운 공통 ‘얼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코나 2세대, 쏘나타 8세대 페이스리프트, 그랜저 7세대 등에 적용된 일자형 전조등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가 그것이다. 현대차가 “조명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지향적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너무 짧은 주기로 갑자기 변하는 디자인은 단점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기존 디자인에 익숙한 소비자가 느끼는 거부감이다.
이에 현대차도 헤리티지(유산)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포니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오닉5, 1세대 ‘각그랜저’에서 일부 디자인 요소를 가져온 그랜저 7세대, 박스형SUV 갤로퍼를 부활시킨 듯한 싼타페 5세대 등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족시키겠다”는 초기 목표에는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신형 싼타페에는 이 점이 두드러진다. 이 차량은 레저용 SUV로 주로 쓰이는 기능적 측면을 디자인 작업 초기부터 반영했다. 트렌드와 달리 후면 램프를 아래쪽에 배치한 것도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반성했다”며 “과거와 단절도,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고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스토리 있는 디자인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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