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다섯 차례 동결이다. 중국발 경제 위기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미국의 추가 긴축 여부도 살펴봐야 하는 만큼 일단 금리를 묶고 관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나섰다. 같은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등 모두 3.00%포인트 금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2월 동결로 금리 인상 기조가 깨졌고 이후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달까지 다섯 차례 연속 유지했다.
금통위가 다시 금리를 동결한 주요 배경으로는 물가 상승 둔화와 불안한 경기 상황 등이 꼽힌다.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이어지고 원 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인상 요인이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된 데다 최근 중국발(發) 부동산 위기 등으로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단 동결을 선택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로 1분기(0.3%)보다 높아졌으나 민간·정부 소비와 투자가 모두 줄었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순수출이 늘면서 역성장을 피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경기 부진 심화와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의 여파로 하반기 경기 반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추가 긴축 여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에는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문제다.
한국은행의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0조1000억원 늘어 2021년 4분기(12조1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5.25~5.50%)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00%포인트까지 벌어진 가운데 최근 환율도 9개월 만에 1340원대에 올라섰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로 유지됐으나 연준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차이가 더 확대될 수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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