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과 LH의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물론, 준공 후 5년도 채 지나지 않은 아파트의 천장에서 심각하게 비가 새거나 동파로 인한 결로가 발생하는 경우도 부동산 커뮤니티 등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방·중견건설사만이 아닌 10대 아파트 브랜드에 속하는 대형건설사들조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통상적인 주택사업 입찰 과정은 결국 가장 낮은 공사비와 짧은 공사 기간을 써낸 시공사가 계약을 따내게 되기 마련이다. 비싸고 좋은 자재와 충분한 공기를 제시했다가는 경쟁입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희망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위에서 가장 낮은 공사비를 책정하고 시행자들이 이를 받아들여 사업을 따는데, 정작 나중에 짓다 보면 도저히 현실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사업들도 많다”며, “이런 경우 시행사와 공사비 문제로 싸우던가, 아니면 최대한 자재를 줄이거나 주말에까지 현장을 굴리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부실시공이나 현장 안전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1일까지 30일간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중 12곳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불법 하도급을 주다가 적발된 건설사 80개사 중 60개사는 종합건설사, 20개사는 전문건설사였다. 이 중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업체가 12개 포함돼 있었다. 이들로부터 불법 하도급을 받은 업체 중 무등록 시공업체는 46개사, 무자격 시공업체가 22개사였다.
재래식 시공구조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일명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 주택의 특성상 여전히 건설업은 인력 의존도가 큰 산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위험하고 힘든 공사현장 특성상 젊은 인력의 유입이 쉽게 되지 않고, 이로 인해 숙련된 기능공들의 육성길이 점차 막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자리는 고령의 숙련공과 일용직 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채우며 현장 안전 및 감리 부실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 제도적·기술적 해결책 병행, 원청사 책임감 키우고 최저가 대신 기술입찰 경쟁 활성화하고
결국 주택업의 경쟁력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입찰제도의 개편이다. 최저가 낙찰제 등 비용에만 매몰된 입찰경쟁이 아닌 ‘기술입찰’을 제도화하고, 공사단가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청 시공사들의 책임 강화를 위한 ‘턴키’ 방식의 활성화도 관건이다. 턴키는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뜻으로, 건설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방식을 말한다.
턴키 방식은 설계부터 시공 및 시운전까지 모든 책임을 수주업체(건설업체)에 일원화하게 되므로, 공사 중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수주업체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일부 건설사들은 책임 소재 강화로 인한 리스크를 우려해 턴키방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늘어나는 안전사고 문제나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원청사들의 책임감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조합 주도 정비사업에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 방식을 추가할 계획이다. 대신 시는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일괄 입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공사비 증액을 비교 검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위험작업 수행과 모듈러공법 등 안전성과 편의성이 확보되는 신기술들의 도입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듈러공법이란 공장에서 건축물의 주요 부분을 제조의 기법으로 제작하고 단위 유닛(Unit)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의 단기간 내 설치 마감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유닛을 운반해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비용절감 및 공기지연에 유리하고,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래먼지 등 비산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최근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히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주택공급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고, 사우디,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모듈러 프로젝트의 발주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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