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램으로 주목받는 HBM은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여러 개 D램 단일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가격도 같은 용량의 DDR5 D램보다 5~6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향후 메모리 제조사들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4월에는 HBM3 24GB 패키지를 개발했다. 현존 최고 용량이지만, 두께는 16GB 패키지와 동일하다. 40% 얇아진 D램을 기존보다 13% 좁은 간격으로 쌓았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도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등 차세대 D램으로 추정되는 상표를 연달아 출원했다. 경계현닫기경계현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DS부문장도 “AI 시대가 도래하면 폭발적으로 데이터양이 증가하면서 AI 성능과 효율을 높여주는 반도체 중요성도 높아진다”며 “삼성이 개발하고 있는 HBM이 당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10년 이상 지속해서 HBM 기술을 개발해 온 준비 과정 끝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2년 경쟁사를 압도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라며 “유수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찾아와 구매할 정도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1위로 예상됐다. 삼성전자(38%)와 마이크론(9%)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봤다.
박정호 부회장도 “최근 화제의 중심인 대화형 AI 챗GPT’를 시작으로 많은 빅테크 기업이 AI 챗봇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조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에 희소식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손실 10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기도 했지만, 최근 그 전망치를 일부 수정하고 있다. 1분기까지만 해도 고객사들이 재고 소진에 집중했다면서 출하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DDR5와 HBM 등 프리미엄 메모리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SK하이닉스 흑자전환 시점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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