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삼양식품은 오는 7월 1일부로 라면 제품 출고가를 인하한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하로 경영에 부담은 있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7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다만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삼양라면은 5입 멀티 제품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4입 멀티 제품 기준 3,600원에서 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4입 멀티 제품 기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인하된다.
오뚜기도 7월 중으로 진라면을 포함한 주요 라면 제품 가격 인하할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인하율은 아직 결정된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라면업계 가격 인하 결정은 추경호 부총리의 ‘라면값 인하’ 발언에서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농심이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자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올렸고, 삼양식품은 11월에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추 부총리 발언 후에도 라면업계는 가격 인하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러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제분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국제 밀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가공식품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고 있지 않아서다.
실제로 국제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5월 t당 41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이어지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업계는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라면업계가 가격을 내린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이후 13년만의 일이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압박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라면을 시작으로 밀가루값 인하를 앞세워 제과·제빵 업계에 가격 인하 요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다음에 우리 차례가 될 것 같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감내하다가 부담이 가중돼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했을 뿐인데 정부의 타깃이 될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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