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서 메타(옛 페이스북)와 경쟁을 펼치던 삼성전자도 최근 신규 디바이스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춤했던 XR 기기 시장이 빅테크 간 경쟁의 장이 될지 주목된다.
‘비전 프로’ 공개 직후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450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기존 기기들과 차별화한 기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가도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애플 디자인과 브랜드 충성도, 기술력 측면에서 기존 XR 기기와는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애플 주가는 바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다른 XR 기기와 달리 별도 컨트롤러 없이 눈과 손, 음성으로만 완벽히 제어가 가능한 점, M2 반도체칩으로 성능을 높인 점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고글 형태 디바이스는 구글이 2014년 선보인 ‘카드보드’가 원조다. 종이상자를 조립하고, 스마트폰을 끼워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같은 해 9월 삼성전자도 오큘러스와 협업한 VR기기 ‘기어VR’을 선보였다.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한 MR 헤드셋 ‘삼성 HMD 오디세이’를 출시했는데,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20년 완전히 철수했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3년 만에 새로운 XR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MX사업부 내 XR 전담 연구개발조직을 꾸렸다. 지난 2월에는 국내 특허청에 ‘갤럭시 글래스(Galaxy Glasses)’ 상표를 출원했다. 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문닫기노태문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2월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RGB 마이크로 OLED를 제작하는 미국 기업 ‘이매진’을 약 2900억원 들여 인수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XR·VR 구현에 필요한 기술이다. 삼성전기도 ‘비전 프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M2에 공급되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는 결국 가격과 콘텐츠에서 날 것으로 본다. 현재 애플 ‘비전 프로’가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싼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콘텐츠 부족도 해결해야 한다. 그간 삼성전자,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XR기기를 출시해왔지만, 킬러 콘텐츠가 부족해 대중화에 이르지 못했다. 게임 산업에서 XR 기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어지러움으로 장시간 플레이가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그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혁신 제품을 내놓으며 생태계를 확장시켰듯 이번 ‘비전 프로’도 애플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충성 고객에 힘입어 XR 기기 시장에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코로나 확산 이후 비대면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상황이고, 현재 10대들은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와도 친숙해 콘텐츠만 잘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메타버스와 연관된 XR 시장도 커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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