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K 대표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사 출신으로 계열사 신규 법인 CEO의 자리에 오른 그는 누구와도 척 지지 않고 잘 지낸다.
K 대표는 일단 잘 듣는다. 그리고 ‘ 알겠다’고 말한다. 상대는 대표의 ‘ 알겠다‘는 말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헷갈린다. 또 다른 구성원이 대표실을 찾는다. 그는 이번에도 잘 듣고 ‘ 알겠다’고 말한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1년 후, 조직은 어떻게 됐을까?
이 부서 저 부서에서 요청한 아이템에 한정된 자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성과는 아직 안갯속. 본사에서 경고성 발언이 오면서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빨간불이 곳곳에 켜지기 시작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도 그저 잘 들은 그의 별명은 ‘솔라맨’이었다. 햇빛이 비치는 곳에 놔두면 고개를 끄덕이는 그 인형 말이다.
L 대표는 최근 코칭 리더십을 접하면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잘 듣고 제대로 질문해야 한다는 말에 꽂혔다.
제일 먼저 부서장들을 면담했다.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표와 회사에 건의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 L 대표는 이렇게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자신이 일견 대견하기도 했다.
'자, 이제는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전할 차례다. ' 면담을 마친 후 처음 L 대표가 들은 생각이다. 이후 면담에서 그는 마치 Q&A 풀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쏟아냈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었으니, 나의 입장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고 좋아하면서 말이다.
사례 3.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S 대표는 자수성가형 리더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단연 대한민국 최고 소리를 듣는다. 회사가 커나가면서 조직도 여러 변화를 거치며 성장통을 겪었다. 회사가 안정되며 성취감과 보람도 느끼지만 그는 어쩐지 점점 회사에서 말을 잃어가고 있다. 자기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그에게 ‘구성원들을 인정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는 그에게 ‘그렇다면 구성원들은 대표가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어지는 침묵. S 대표는 자신이 구성원들을 인정하는 마음을 구체적인 말로 표현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냥 진심이면 다 통한다고 여겼는데, 말로 전하지 않은 자기 마음을 상대가 알 리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명의 CEO들은 경청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사례 1의 K 대표는 모든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경청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잘 듣기만 하고 리더가 선택과 결정을 미룬다면 조직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어쩌다 요행으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결국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로 가게 될 것이다.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중심을 잡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경청의 목적이 구성원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사례 2의 L 대표는 구성원들에게 자기 입장을 이야기할 절호의 기회로 경청을 이해한다. 본인은 스스로 경청한다고 했지만, 실제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작 돌아오는 것은 대표와 회사의 입장뿐이라면 오히려 기대했던 것에 비례해 더 큰 실망을 갖게 된다. 대표와 조직의 관점이 아닌 구성원의 관점에 먼저 초점 맞추기. 그것이 바로 L 대표가 원하는 진정한 의사소통의 본질이다.
사례 3의 S 대표는 외롭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해하고 이해받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여 잘 들어준다는 것의 전제는 인정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경청이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입을 열어 상대가 알게 만들어야 한다.
‘진짜 경청’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경청(傾聽)이다. 상대에게 집중하면서 내가 아닌 상대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맥락과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며 내면의 욕구까지 들어주는 것이 진짜 경청이다.세계적인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의 연구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제 안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그 사람의 생각, 감정, 욕구를 잘 헤아려 인정하지 않으면, 그 어떤 사람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니엘 골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상대의 말을 수용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관심을 갖고 경청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만이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과 관계에 있어 더 많은 주도성과 통제권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입이 마르게 경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진짜 제대로 된 경청을 하는 사람도, 받은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내가 이야기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 자체가 그만큼 어렵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듣는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코칭에서도 경청이 코칭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고객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경청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듣는 리더가 되어 구성원의 말을 제대로 들어줄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다음 7가지는 리더십 현장에서 리더들이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째, 경청을 방해하는 요소부터 없애라. 대화 내내 휴대전화에 눈이 가 있는 상대에게 마음을 열 사람은 없다. 대화 전, ‘렛 잇 고(Let it go)’ 하며 보내버려야 할 방해요소부터 점검하자. 덧붙여 서로 지켜야 할 간단한 그라운드 룰을 공유하면 그 자체로 대화에 집중한다는 시그널이 된다.
둘째,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점을 알자. 리더가 마음을 열고 경청한다고 해도 구성원들에게서 바로 똑같은 반응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조직문화나 사람, 환경 등에 따라서 마음을 여는 시간이나 강도 또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한두 번 해보고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여긴다면 당신의 리더십 또한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구성원의 생각, 감정, 갈망에 초점을 맞추되, 나의 생각, 감정, 갈망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청한다고 모든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솔라맨’이 되는 우는 범하지 말자. 리더가 먼저 자신의 생각, 감정, 갈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구성원들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자신의 곳간이 먼저 채워져야 인심과 균형감각이 생기는 법이다.
넷째, 인정 없이 경청 없다. 먼저 구성원을 진짜 인정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성찰하자.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면, 이제 인정할 수 있는 이유와 근거를 찾자.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상대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그때 내가 상대를 보는 눈빛 또한 달라진다. 상대의 변화는 달라진 내 눈빛에서 시작된다.
다섯째,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경청의 시작이다. 내가 궁금한 것이 아닌,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면 경청은 절로 된다.
여섯째, ‘잘 들었다, 그러니 나의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들어라!’는 절대 금물이다. 중간중간 나의 경험을 말하거나 충고, 조언을 하고 싶더라도 꾹 참자. 상대가 요청할 때는 최대한 팩트 중심으로 짧고 굵게, 이왕이면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몸을 기울여’ 잘 듣고 있음을 상대가 알아차리게 해야 한다. 리더가 나에게 집중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구성원은 그때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느낀다. 적에게조차 인정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데, 리더에게 인정받은 구성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들이 기대되지 않는가!
송미진 is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단행본 전문 기획자이자 맥락과 로직으로 콘셉트를 정리해 인생의 한마디를 찾게 도와주는 북코칭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해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팔리는 상품으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든 경험으로 리더들의 강력한 스피치를 돕고 있다.
송미진(쏭북스 대표, 북코칭, 커뮤니케이션 전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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