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회의 시작 전 한 가지씩 주제를 들고 오라고 숙제를 주기도 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다 보면 회의 분위기가 살아날까 여겼지만, 달라진 건 없다.
“ 00 상무. 어머니 건강은 어떠신가요? ”
“ 00 이사. 신입생 아들은 대학 잘 다니나요? ”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단답형. 어떤 때는 자신의 진심이 무시되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상대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상황에서라고 한다.
첫째, 말하기 싫을 때.
둘째, 모를 때.
셋째, 닫힌 질문을 할 때.
이제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되었다. 리더는 앞에서 누군가를 이끄는 대신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어 전혀 새로운 답을 찾아 조율해야 한다. 이때 단언이 아닌 질문이 구성원들의 마음과 입을 열게 할 것이다.
최근 질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차별화된 관점에서 어떻게 새로운 조합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챗 GPT의 결과와 효과가 달라지니, 질문을 제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이제 어마어마한 능력이 된 세상이다.
당신의 질문은 질문인가? 고문인가? 심문인가?
구성원들에게 질문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원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한 물음’ 이란 질문의 본래 뜻처럼 리더가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한 것일까?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 MBA 김종명 교수는 평소 리더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묻는다.
“ 당신의 질문은 질문인가? 심문인가? 고문인가?”
구성원이 리더의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심문이나 고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단답형으로 답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닐까?
김종명 교수는 묻는 사람이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질문의 본질은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을 통해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 맞춘 질문을 연구하는 것. 이것이 리더십의 출발이라고 말이다.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김 교수의 답 역시 심플하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봐라.’
복잡할 것 없다. 면담이나 회의 상황에서 내가 하는 질문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지 아닌지만 따져봐도 된다. 이런 이야기에 ‘ 인기투표를 노리고 구성원들에게 잘 보이라고 하는 거냐’고 한다면 되묻고 싶다. 왜 그러면 안 되느냐고 말이다. 이제 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잘 살펴 입과 마음을 열어 성과를 내도록 돕는 조율사로서 역할해야 한다. 당연히 구성원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잘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고 도움이 되는 질문을 하려면 평소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잘 살펴야 한다. 상대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어떤 때 기량을 잘 발휘하고 어떤 환경에서 특히 힘들어 하는지 등등.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질문도 맞춰 제대로 할 수 있다.
평소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자녀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부모도 자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관심과 애정이 자녀에게 제대로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부모 입장에서 궁금한 걸 쏟아붓는 상황에서, 그것을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자녀가 얼마나 되겠는가.
상대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내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경청, 경청! 이제는 지겹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경청의 뜻 그대로 내가 상대에게 귀를 기울여 잘 듣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실제 내 앞에 있는 상대가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상대는 인정은커녕 무시당했다고 여기며 자기방어적인 상태가 된다고 한다. 자기방어적 상태에서 상대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리기 만무다.
구성원이나 자녀가 내 의도를 오해하지 않으려면 관심과 애정을 전제로 잘 관찰하고 듣는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하기
갈등 관리와 해결에 대한 연구와 이론으로 유명한 케네스 W. 토마스(Kenneth W. Thomas)와 랄프 H. 킬만(Ralph H. Kilmann)은 토마스-킬만 갈등 모드 도구를 발표하며 효과적인 질문들도 제시했다.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끌어올리며 업무 향상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함께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 질문법을 소개한다. 첫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How could we?)
문제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묻기 전,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라. 자신이 공격받는다는 위협감이나 나만 해야 한다는 억울함 없이 함께 해나가야 할 팀워크에 집중하게 된다.
둘째, 잘 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What if we?)
미래 비전을 함께 생각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질문이다. 리스크나 제한 없는 상상이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한다.
셋째, 그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What could it look like?)
사람의 뇌는 긍정적인 상황에 더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현안을 떠올리기 전, 잘 되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구현하면 실제 솔루션에서 더 획기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찾게 된다.
넷째, 그 모습이 되려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까요?(Who would we need to consult?)
개인의 역할, 팀의 역할, 조직의 역할 등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서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협업과 팀워크를 다질 수 있다.
다섯째, 우리는 어디에서 리스크를 간과했을까요?(Where am I underappreciating the risks?)
과거에 잘못된 점들을 적극적으로 리뷰하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미래 솔루션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질문이다. 프로세스로 연결하여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여섯째, 좋은 솔루션에는 어떤 것들을 포함해야 할까요?(What would a good solution have to include?)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 자원 확보 등 여러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인식하면서 솔루션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취합할 수 있다.
일곱째,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나요?(How do you want to tackle this?)
사람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보장될 때 무엇인가 해낼 내적 동기가 올라가는 존재다. 책임감과 함께 성과 또한 보장할 수 있는 질문이다.
리더나 구성원 모두 작은 성공의 작은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작은 성공의 점이 선이 되고, 그 선이 면이 되어야 모두가 함께 챔피언이 된다. 우리에게는 단언하는 리더가 아닌 질문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평소 관심과 애정으로 잘 살펴 상대의 생각, 감정, 갈망을 잘 알았을 때 가능하다.
송미진 is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단행본 전문 기획자이자 맥락과 로직으로 콘셉트를 정리해 인생의 한마디를 찾게 도와주는 북코칭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해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팔리는 상품으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든 경험으로 리더들의 강력한 스피치를 돕고 있다.
송미진(쏭북스 대표, 북코칭, 커뮤니케이션 전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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