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5개 신도시를 순회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속도를 내려 하나, 국회에서 1기신도시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최근 1기신도시 안전진단 기준 면제 및 완화 등의 특례를 제공하는 동시에, 용적률도 최대 500%까지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1기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를 포함한다. 노후계획도시란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를 말한다.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인 30년보다 짧은 20년을 특별법 적용 기준으로 삼았다.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건축을 진행하면 파격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앞서 정부는 안전진단 통과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던 구조안전성 비중을 축소하는 등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는데, 문턱을 이보다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토위 이슈의 대부분이 전세사기 재발 방지에 휩쓸린 상황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려면 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쟁점은 사업 순서와 속도, 초과이익 환수 방안 등인데, 지역별·정당별 입장이 달라 이미 이견이 나뉘고 있다.
먼저 정부는 광역개발을 통해 1기신도시를 자족기능을 갖춘 '미래도시'로 만든다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사업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것을 우려하며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심각한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더 이상 사업이 미뤄질 경우 주거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산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주민 개인 입장에서는 미래도시니 뭐니 하는 것은 솔직히 큰 관심이 없다. 우선 아파트를 지으면 주변 인프라가 나중에 개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자체장들이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탁상공론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들 때문에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 가구 수를 최대 21% 늘릴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추진 계획을 밝히며 리모델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구 수를 기존의 최대 15%에서 20% 안팎까지 높여주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 수치가 나온 것이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을 할 경우 증가 세대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 완화하는 특례를 주자는 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른 리모델링 사업 시 15%(세대 수 증가형) 이내에서 세대 수를 늘릴 수 있다. 여기에 정부 완화안을 적용하면 21%까지 세대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리모델링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안전상의 이유로 세대 수 증가에 대한 특례만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사업지별 분위기 차이다. 1기 신도시에서 인가를 받은 리모델링 조합은 평촌 8곳, 산본 6곳이다. 평균 용적률이 평촌 204%, 산본 205%로, 분당(184%)과 일산(169%)보다 높고 소형 면적의 비중이 커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다.
이들 단지에선 특별법 추진 발표 이후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의견과 '계속 리모델링 사업을 하자'는 의견이 갈려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세대 수 완화에 따른 복잡한 셈법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진단을 이미 마친 단지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게 사업 속도 면에서는 이득일 수 있다.
국토부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상 용적률 상한에 대해서는 기존의 150% 이내에서 완화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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