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국내 주류업체들은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존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고 애쓰고 있다.
2019년 출시한 테라가 작년 한 해에만 10억병 판매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아직 목이 마른가 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맥주 신제품 ‘켈리’를 출시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켈리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들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초경쟁 시장으로 변하며 ‘연합작전’이 필요해졌다”며 “참이슬과 진로가 연합작전으로 소주 시장에서 견고한 1위를 유지하는 것처럼 테라와 켈리로 국내 맥주시장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켈리는 하이트진로 역작이라는 게 느껴진다. 출시 전부터 엄청 공을 들이는 게 눈에 보였다.
기자간담회에 회사 임원들이 대거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다. 업계에서는 지금도 당시 하이트진로 ‘퍼포먼스’가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하이트진로는 이후에도 화려한 프리젠테이션, 최고 핫한 배우인 손석구 모델 발탁, 서울·부산 등에서 열리는 대규모 홍보 팝업 스토어 등 대규모 물량공세를 이어갔다.
하이트진로 뿐만이 아니다. 2012년 이래 줄곧 국내 맥주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오비맥주도 카스와 더불어 한맥을 전면에 내세우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점유율 1위 카스는 고객 체험 마케팅을 통해 수성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카스와 딱 맞는 삼겹살집은 어디집?’ 이벤트를 진행하고 번개장터와 협업해 ‘카스 화이트 X 번개장터’ 팝업 전시회를 여는 등 체험형 마케팅으로 카스를 다시 한 번 알리고 있다. 오비맥주의 또 다른 야심작 한맥은 리뉴얼 출시를 기념해 새로운 TV광고를 대대적으로 선보이는 한편 소비자 체험형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클라우드’ 리뉴얼 출시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클라우드 관련 브랜드 상표 등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대표 주류업체들이 치열한 맥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남몰래 미소 짓고 있는 맥주 브랜드가 있다. 일본 아사히 맥주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최근 국내 맥주 애호가들에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2021년 4월 일본에서 출시된 아사히 생맥주캔은 현지에서도 출시와 동시에 품절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아사히 생맥주캔은 지난해부터 일본 여행이 재개되면서 일본을 찾은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도 ‘일본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맥주’로 입소문을 탔다.
그러다 롯데아사히주류가 이달부터 국내에 한정수량을 출시했는데 시장에 풀림과 동시에 오픈런, 품절 사태가 이어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매 성공 후기’ ‘아사히 왕뚜껑 맥주 리얼 후기’ 등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아사히 생맥주캔은 국내 출시와 동시에 주요 편의점 수입맥주 분야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편의점에서 초도 물량이 소진되면서 발주가 정지되기도 했다.
GS25에서는 첫 발주 물량인 총 50만캔이 사흘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일본 맥주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이구동성으로 “맛있기 때문에”라는 대답을 들었다. 해답은 높은 품질에 있었다. 과거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 꼭 사갖고 와야 할 필수품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코끼리표’ 전기밥솥이었다.
국내 제품들이 잦은 고장으로 주부들 고생을 많이 시켰는데, 일본 조지루시에서 나온 전기밥솥은 고장은 물론 보온 기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가면서 전기밥솥을 사오는 일은 없다.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국내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나으면 나았지 뒤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맥주 시장에서도 이런 날이 왔으면 한다. 아니, 올 수 있을 것이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가지 못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일본에서 벌어지는 맥주 전쟁에 한국 맥주 브랜드가 미소를 짓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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