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통업계는 지방 특성상 면적은 넓지만 인구 밀집도가 낮아 배송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새벽배송은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효율이 높아야만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온과 BGF리테일 계열사 헬로네이처가 지방 새벽배송을 접은 것도 이러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쿠팡, 영남권 고지 선점…차별화는
쿠팡은 최대 규모, 최고의 혁신기술을 내세웠다. 3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구FC 건립과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물류 프로세스를 차별화로 꼽았다.
AGV를 통해 전체 업무 단계를 65% 줄이고, 평균 2분 안에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직원에게 전달한다. 주문량이 많은 공휴일을 포함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로켓배송 등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핵심 자동화 기술이다.
쿠팡은 “대구 FC는 앞으로도 자동화 물류 기술 도입을 늘릴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배송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최첨단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이하 CFC*) 건립 지역으로 부산을 낙점하고 오는 2023년 말 착공에 들어간다. 2025년 AI・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동화 물류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첫 CFC 건립 지역으로 부산을 낙점한 배경에는 근접한 창원, 김해 등 약 230만여 세대 시민들에게 일 3만 건 이상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부산 CFC는 부산지역 최초로 온라인 그로서리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가 될 전망”이라며 “부지면적 약 4만㎡ 규모로 부산, 창원, 김해 등 지역 고객에게 향상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창원시와 손을 잡았다. 630억원을 투자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에 지상 8층(전체 면적 4만 7276㎡) 규모의 물류 센터를 짓는다. 5년 동안 토지를 임차하는 계약으로, 자동화 설비를 갖춘 물류센터의 준공 예정일은 올해 12월이다. 컬리는 이곳에 790명을 신규 고용할 계획이며, 창원시는 마켓컬리의 효율적인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을 한다.
◇ 예상된 격전지, 영남권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경기·인천은 배송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그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영남권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배송 서비스가 곧 경쟁력인 만큼 자체 물류 구축을 통한 지역 확대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사실 영남 지역은 이미 ‘쿠세권(쿠팡+생활권)’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쿠팡이 대구FC를 완공하면서 배송 경쟁력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 역시 영남권을 대상으로 샛별배송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컬리는 자회사인 프레시솔루션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1차로 상품을 내려보낸 후 지역의 각 물류 거점에서 추가 분류 과정을 거쳐 최종 배송하는 방식으로, 수도권(오후 11시)과 비교해 지방(오후 6시)주문 마감 시간이 빨랐다. 컬리는 신규 물류센터가 건립되면 영남 지역 고객들도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다. 오는 2025년에 물류센터를 완공하면 그사이에 쿠팡과 컬리가 자리를 잡아 후발주자로 틈새를 파고들기 힘들 수도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 물류센터를 2025년까지 짓고, 30년까지 6개를 짓는다고 했는데 경쟁력을 내세우기엔 다소 느린 편이 아닐까 싶다”면서 “오카도에 1조원 규모를 투자했기 때문에 영남권 완공 이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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