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총 36조9288억원으로 전년(30억3062억원) 대비 21.9%(6조6326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0년(27조309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고정급, 성과급, 퇴직급,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는 총 10조7991억원으로 전년(10조2318억원)보다 5673억원 확대됐다. 이 중 고정급여가 5조4044억원, 성과급 1조9595억원, 퇴직금이 1조5152억원이었다.
최근 은행권의 ‘돈 잔치’ 논란을 불러일으킨 성과급은 2020년 1조4747억원, 2021년 1조7826억원, 2022년 1조9595억원으로 늘었다.
고정성과급은 직원별·소속별 핵심성과지표(KPI) 등에 따라 개인별 기본급의 일부를 성과 차등해 지급하는 급여성격의 성과급이다. 통상 월 기본급의 400%를 기준으로 직원별 KPI에 따라 280~560%를 차등 지급한다.
특별성과급은 사전에 설정된 은행 단기 경영목표를 달성시(이익목표 80% 달성 등) 수익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배분하는 형식으로 지급된다. 보수규정상 지급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 지급기준은 사전 노사합의에 따라 은행장 전결로 정한다.
퇴직금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하는 기본퇴직금과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희망퇴직금으로 구분된다. 이중 희망퇴직금은 노사합의와 은행장 결정으로 정해진다. 통상 26∼36개월분의 특별퇴직금에 학자금, 의료비, 전직 지원금 등 복지지원이 더해진다.
지난해 5대 은행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6000만원, 법정 기본퇴직금(평균 1억8000만원)을 합한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5억1000만원) 비교하면 3000만원 늘었다.
희망퇴직자 1인당 적게는 5억원, 많게는 6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장 성과보수체계의 경우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으로 구성된다.
단기성과급은 정량지표 평가와 정성지표 평가를 통해 산정된다. 정량지표는 수익성에 32~45%의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한다.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의 평가 배점은 각각 8~15%, 0~10% 수준이다. 정성지표는 통상 은행 경영목표 또는 디지털 전환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해외 진출 비이자이익 기반 확대 등 전략과제가 반영된다.
장기성과급의 경우 국내 은행에서는 정량평가만 진행하는데, 역시 수익성의 배점이 60~95%로 가장 높고 건전성(5~30%), 자본적정성(0~10%) 순이었다.
최종성과급은 기준금액에 성과목표 달성률 등을 반영한 평가지급률을 적용해 결정된다. 기준금액은 일반적으로 단기성과급의 경우 기본급의 100% 이내, 장기성과급의 경우 기본급의 200% 이내에서 정해진다. 평가지급률은 정량·정성 지표별 목표달성률을 조정해 결정한다.
은행장 등 임원의 성과는 통상 보수위원회가 평가하지만, 일부 은행은 지주회장의 은행장의 정성평가부문을 직접 평가하고 있다.
은행들은 내부규정 등에 제재 또는 형사처벌, 고의·중과실에 의한 중대 손실, 재무제표 허위작성 등 원칙적 환수 사유 등을 명시하고 환수금액 등 세부 사항은 사안별로 보수위원회 등이 결정하고 있다. 환수 사유에 해당하는 제재절차 또는 재판 등이 진행 중인 경우 등은 유보 사유가 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제재 또는 형사처벌, 재무제표 허위작성 등을 환수 사유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보와 관련한 규정 또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재절차 진행 등을 유보사유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은행별로 이연대상 성과급, 이연기간, 배분기준 등도 상이했다.
은행들은 지배구조법에 따라 최소 이연조건을 각 은행 내규에 반영하고, 총 성과보수(단기+장기)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3년간 이연해야 한다.
은행 중 단기성과 보수를 익년에 일시 지급하거나 3~4년간 이연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고 장기성과 보수를 3년간 임기의 성과에 따라 2~4년간 이연지급하거나 운영하지 않기도 했다.
외국계 은행은 장기성과급이 없고, 단기성과급을 직무 등에 따라 3~5년으로 차등해 이연지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성과보수체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에서 주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은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과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화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은행권이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희망퇴직금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으나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희망퇴직금 지급수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민·관·학계 전문가들은 “은행 성과급의 경우 혁신적 노력 외에도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라 이익이 증가하는 만큼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며 “임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해 성과급이 지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보수체계의 경우 경기의 진폭(BoomBust)을 완화할 수 있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위해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하고, 지급방법도 이연지급하며 지급수단도 현금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성과 평가 기간을) 3년, 7년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장기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연지급제, 주식, 스톡옵션 등이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보수체계를 단기적인 수익으로만 연계하기보다는 자산건전성·자본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은행의 공공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현재 기업가치 증대보다는 중장기적 미래가치 제고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해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성과보수체계 개선은 경영진뿐 아니라 임직원·노조가 함께 고민하고 동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성과급·퇴직금 지급수준에 있어서도 직원·노조와의 공감대 뿐 아니라,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고, 보수체계는 우수한 인력 채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보수체계 개선과정에서는 다양한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인건비 비중과 개별 보수의 구성, 희망퇴직금 등에 대해 국내은행과 글로벌 주요은행을 비교분석해 추가 개선 여부를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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