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로 잭팟 터트리다
스마일게이트는 2002년 권혁빈 CVO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운 게임회사다. 이 회사는 20년 후 ‘크로스파이어’ ‘에픽세븐’ ‘로스트아크’ 등 인기에 힘입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글로벌 IP 게임회사로 성장한다. 스마일게이트가 처음부터 엄청난 실적을 낸 것은 아니다. 창업 후 처음 6년간은 그다지 주목할 말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초기 4~5년 동안 사업이 부진해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할 정도였다.
수많은 게임 회사 중 하나로 그쳤을 이 회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게 바로 크로스파이어다.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선보인 슈팅(FPS) 게임이다. 크로스파이어는 특히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 동시접속자 수 400만명을 넘기며 중국 기네스북 동시접속자 수 1위 게임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크로스파이어 중국 성공 요인으로 중 하나가 ‘현지화’라고 말한다. 붉은색과 황금색, 용 문양이 새겨진 총,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캐릭터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권 CVO는 크로스파이어 중국 출시와 관련해 “말 그대로 24시간 일했다. 개발진은 새벽에 날이 밝을 때까지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잠시 눈을 붙였다.
현재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을 넘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를 비롯해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글로벌 8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 수만 10억명에 이른다. 2020년 기준 누적 매출도 118억달러(약 14조8000억원)에 달한다.
크로스파이어는 이제 전 세계 유저들이 즐기는 e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크로스파이어 세계 대회인 ‘CFS’는 2013년 처음 시작된 뒤 지난해 9회를 맞았다. 매회 평균 2000만 이상 뷰를 기록하며 이슈를 모으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8년 또 다른 대형 IP 로스트아크를 내놨다. 이는 개발 기간만 7년이며, 투입된 비용만 10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들일 수 있었던 것도 크로스파이어의 안정적 로열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크로스파이어를 이을 스마일게이트 차세대 캐시카우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그 역할을 PC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가 톡톡히 해냈다.
권 CVO는 로스트아크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국내 PC온라인게임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로 다시 PC온라인게임 시장을 일으켜 보겠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 로스트아크는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가 35만명에 이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2019년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인기게임상, 기술창작상 등을 수상하며 6관왕에 올랐다. 로스트아크는 2019년 러시아, 2020년 일본에서 차례로 출시했고, 지난해 2월 스팀을 통해 글로벌 서버를 오픈했다. 글로벌 서버 오픈 이틀 만에 최고 동시접속자 13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스팀에서 서비스됐던 게임 중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MMORPG 장르로 한정하면 역대 1위 수준이다. 로스트아크 흥행 성공에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도 2019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주사 체제 개편…상장사는 ‘제로’
권 CVO는 2011년 스마일게이트 사명을 ‘스마일게이트홀딩스’로 변경하고, 지주사 체제로 개편했다. 현재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주 회사 아래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등 10개 비상장 계열사가 있다.
당시 권 CVO는 “게임개발 중심 구조를 탈피해 각 계열사 사업 성격과 분야를 전문화하는 동시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며 “지주회사 구조 체계성과 자율경영 가속화, 의사결정 신속화 및 경영 전문화를 추구해 이제까지의 스마일게이트와는 크게 달라진 위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내에 10개 회사가 있지만, 상장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권 CVO가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9년 스마일게이트RPG가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한 바 있지만, 새로운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상장 추진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왜 자본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지 않는 것일까. 권 CVO가 회사 상장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엔 과거 그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단기 실적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권 CVO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각 계열사 최고영영자(CEO)들과 함께 이사회를 꾸리고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결정권을 전문경영인들에게 위임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후 3년 뒤 2020년 스마일게이트는 이사회 체제서 ‘그룹 IP 경영 협의체 체제’로 전환했다.
이사회 체제는 이사진들이 모여 내부 의사결정을 했다면, 새롭게 세워진 그룹 IP 경영 협의체는 지위에 관계없이 그룹 내부 전문가들이 모여 현장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는 형태다. 이때 권 CVO도 의장직을 사퇴하고 새로운 직함인 ‘CVO’를 달았다.
올해 중국서 기대감…금융에도 관심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지난 2021년 매출 1조 4345억원, 영업이익 593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업계는 2021년에 이어 지난해도 로스트아크의 안정적 매출에 힘입어 최대 실적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성장 기대감이 크다. 중국이 6년 만에 걸어 잠근 빗장을 풀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에 이어 로스트아크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하면, 올해 매출 2조원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은 국내 게임 7종을 비롯한 외산 게임에 온라인 게임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했다.
지난 2021년 ‘검은사막 모바일’ 발급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외산 게임 판호 발급으로 업계는 스마일게이트 매출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일게이트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에픽세븐, 로스트아크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에 이어 에픽세븐과 로스트아크까지 대표 IP 3종을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해외시장의 한국게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한국 PC 온라인 게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중국에 출시됐지만, 14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품은 로스트아크다.
앞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5년 텐센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시장을 겨냥해 로스트아크를 개발했다.
그러나 2017년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령)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게임사들 판호 발급이 어려워지자 중국 진출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외산 게임 판호 발급을 재개하면서 스마일게이트의 중국 시장 공략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중국 서비스를 위해 텐센트와 협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픽세븐 성장세도 기대된다. 에픽세븐은 2018년 국내를 포함한 153개국에서 동시 론칭한 모바일 턴제 RPG다.
이 게임은 배급사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흑자전환을 이끈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서브컬처 장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넥스트 20년’을 위한 미래 비전 일환으로 금융 분야에 대한 관심도 보이고 있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10개 계열사를 게임·엔터테인먼트 그룹과 벤처캐피털(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과 자산운용사(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금융 그룹으로 나누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금융 그룹은 AI(인공지능)나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 구축도 목표로 정했다.
또 엔젤 펀드 등 사업상 초기 단계에 대한 투자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권 CVO는 금융 분야에 개인 지분도 투자할 방침을 밝히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청년 창업가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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