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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비트코인 가격 변수는 경제 불확실성

기사입력 : 2023-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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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와 시중금리 행보 등도 부정적 요인
조각투자·NFT 새 가상자산 출현 시장 관심

▲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2022년 가상자산시장은 사건, 사고의 연속으로 가히 악몽이라고 할 만하다.

2022년 가상자산시장을 강타한 첫 번째 사건은 작년 5월의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의 대폭락이다. 한때 119달러(약 15만3000원)까지 올랐던 루나 시세가 5월 중순엔 0.3~0.4원으로 거의 100% 폭락했다. 뒤이어 가상자산시장에 충격의 결정타가 된 것은 세계 3대 가상자산거래소인 FTX의 파산 신청이다.

규모도 규모였지만, FTX가 가상자산를 거래하는 거래소여서 충격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막상 뜯어 보니 내부 감시와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매도심리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였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도 최고 8000만원대까지 올랐다가 20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문제는 충격의 여파가 가격 급락뿐 아니라 신뢰도 추락을 부추켜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시장을 떠날 수 있는 우려가 커진 점이다. 물론 일부에선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글로벌 주식시가 총액의 1% 안팎으로 아직 크지 않단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최고가일 땐 주식시가 총액의 5%에 달했고, 거기서 4분의 1 이하로 급속히 쪼그라든 것이어서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 2008년 리만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한 부채담보부증권(CDO)도 시장가치 자체는 2730억 달러로 현재 가상자산 시가총액(8500억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했었다.

가상자산 폭락은 더 방치해선 투자자의 추가피해도 피해지만, 금융시장 전반의 도미노 전염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의 규제 장치 마련에도 속도가 붙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옐런 미 재무장관과 의회 의원들의 ‘가상자산시장의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 이어 작년 3월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화폐 연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 서명을 계기로 가상자산규제법 제정의 분위기가 마련됐다. 미국 SEC(자본시장관리위원회)는 증권형 가상자산,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非증권형 가상자산(예 : 유틸리티 코인)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의견과 해석이 제시됐다.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비(非)제도화’로 인한 위험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여야를 포함, 10여 개의 디지털자산법안이 마련됐다.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선 가상자산 규제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디지털 자산법안 공청회 개최와 금융위원회의 증권형?비증권형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 발표도 시장이 관심을 모았다.

또한 이러한 가상자산의 어려움 속에서도 조각투자와 NFT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자산이 출현해서 시장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히 조각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가상자산 증권성의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NFT는 일종의 디지털 정품인증서로 아날로그의 대명사 미술·음악·부동산과 NFT를 융합하면 시간·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진품·명품을 쉽게 가려내고, 거래도 신속·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만큼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어 가상산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권은 물론 삼성·SK·빅테크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23년 디지털자산시장의 최대 관심은 뭘까. 아무래도 가격의 움직임 특히 반등 가능성일 것으로 보인다. 대부 격인 비트코인 가격도 최고치 대비 4분의 1로 토막 남에 따라, 투자자의 불안과 관심도 증폭하고 있다.

투자자에겐 도대체 얼마나 더 빠질 건지, 투자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신규 투자자에겐 반등 기회가 언제쯤인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의 올해 가상자산시장 전망은 극과 극을 달린다. 비관의 대표 격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다. 가상자산 회사의 추가 도산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에 상승을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팀 드레이퍼 DFJ 회장은 비트코인이 25만달러까지 급등할 거라고 내다봤고, 우리나라 코빗 리서치센터도 가상자산 가격의 전반적인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

왜 이렇게 극도의 비관과 낙관으로 나뉘고 있는 걸까. 한마디로 그만큼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첫째 가상자산가격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외부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금리 급등과 그에 따른 유동성 축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불과 반년 만에 금리를 3%포인트(P)나 올렸으니 위험자산, 특히 미래수익 기대가 큰 가상자산의 경우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따라서 올해 금리 행보가 가상자산 가격 전망에서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최소한 금리 상승이 멈춰야 위험자산의 반등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하지만 금년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겠지만 정점 도달 가능성이 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왜냐면 물가가 잡힐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FTX 사례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업계의 관리시스템 부재도 가격 폭락의 주요인이다.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심각하단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신뢰 추락과 가상자산 이탈에 방아쇠를 당겼다. 문제는 이 이슈가 여전히 진행형이란 점이다.

FTX에 이어 가상자산 대부업체 블록파이의 파산 신청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조차 수사 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 공방이 길어진다면 가상자산 혹한기도 그만큼 길어질 공산이 높다.셋째 정책당국의 규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규제의 영향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국면에선 ‘합리적 규제’를 전제로 부정보다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불공정거래 규제와 투자자 자산 보호장치 마련은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 회복을 그만큼 앞당길 수 있다.

이외에 터지지 않은 잠재 불안 요인으로 ‘펀드런’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가상자산업계의 줄도산을 ‘코인런’이라고 한다면 금융업계 기관투자가 펀드의 줄도산인 펀드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어떻게 요약할 수 있나. 개인적으론 올해 가상자산시장의 반등 여부는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금리의 경우 시기는 모르겠지만 정점 도달 가능성이 짙고, 관리시스템 부재나 펀드런은 신뢰 회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 움직임 외에 디지털자산법안의 제정 여부도 금년의 핫이슈다. 방향은 증권형 토근과 비증권형 토근 등 종류별로 가상자산을 나눠 법제화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다만 관련 법안이 워낙 전문적인 데다 국민적 이해가 필요한 점, 여야의 정치적 대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단계적 입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상정된 다수의 관련 법안(10개) 가운데 먼저 서로 일치하고 중요도가 높은 법 조항을 입법화하고 그 후 나머지를 입법화하는 방법이다.

현재 우선적 입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법 조항은 불공정거래 규제와 이용자자산 보호 조항 두 가지. 불공정거래 규제는 가상자산 시세 조정 등의 위험을 사전이 차단하겠다는 것이고, 이용자자산 보호는 투자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분리·보관함으로써 이용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 주된 입법 취지다.

정책당국의 조속한 입법화를 통한 신뢰 회복으로 가상자산시장의 안정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기반 구축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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