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사진)은 최근 한국금융신문과 <CEO초대석>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현 정책서민금융의 현주소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고신용자들조차 각종 조건에 막혀 기존 대출처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금융소외계층은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 서금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서금원의 전신은 정부 주도 마이크로크레디트 ‘미소금융중앙재단’이다.
또, 한정된 민간기부금을 재원으로 해 수요보다 지원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서민취약계층의 자활을 목표로 휴면예금과 기업, 금융기관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지난 1월부터 서금원을 이끌고 있는 이 원장은 23년간 한국금융연구원에 몸담으며 서민금융·신용회복 관련 연구에 힘써온 1세대 마이크로크레디트 연구자다. 서금원 운영위원과 휴면예금관리위원, 신용회복위원회 소액융자심의위원 등을 역임하며 실무적으로도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서민금융 공급 기반 충분하지 못해”
이재연 원장은 현재 충분한 규모의 서민금융 공급이 제공될 기반이 마련돼 있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시장 체계상 서민금융은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이 담당하고 있으나, 양·질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지난해 말 기준 대출 취급 금융회사(산업·수출입은행 제외)의 총자산은 약 382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로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시중 및 특수은행의 비중은 69.8%, 지방은행 6.1% 수준이다. 반면, 서민금융회사인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은 각각 20.7%, 3%에 불과하다.
질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민금융기관의 대출 형태가 주로 담보대출로 이루어져 부동산담보가 부족한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상호금융조합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부동산 중심의 담보대출 비율 90%, 신용대출 4.2%로 대부분의 대출은 담보대출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담보대출 비율은 57.1%다. 신용대출은 35.2%로 상호금융조합에 비해 높지만 금리가 10%대 중반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원장은 “민간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기준 10조원 규모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고 있다”며 “저소득·저신용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 강화는 서민금융진흥원만의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므로 민간서민금융회사들이 정체성을 되살려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민간서민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 데이터베이스, 서민 특화 상환능력평가 모델을 구축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금원이 제공하는 ‘정책서민금융’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은 크게 금융회사의 서민대출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는 ‘햇살론’과 민간사업 수행기관을 통해 대출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으로 구분된다.햇살론 보증재원은 정부의 복권기금과 금융회사 업권별 출연금으로 조성된다. 재원별로 업권별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햇살론 상품을 구성한다.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출연재원과 복권기금의 출연금을 이용한 ‘근로자햇살론’ ▲은행출연금을 이용한 ‘햇살론 뱅크’ ▲국민행복기금 재원을 이용한 ‘햇살론15’ ▲복권기금을 이용하는 ‘햇살론 유스’ ▲최저신용자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이 있다.
미소금융은 서금원이 제공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의 창업과 사업운영을 지원해 자활을 돕는다. 또, 사업 착수 이전 단계부터 교육, 훈련과 사업 착수 이후 자문, 컨설팅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원장은 “상환의지·상환능력은 있으나 신용점수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분들의 자금 수요를 정책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사각지대를 보완해 복지정책으로 인한 과도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우리 경제,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주목’
이재연 원장은 그간 소회와 취임사를 통해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금융소외란 금융소비자가 제도적 이유 등으로 인해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이 원장은 “대표적인 금융 서비스인 대출의 경우 금융소외는 특히 저소득·저신용 계층에서 발생한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높은 취급비용 및 손실율을 우려해 이들에 대한 대출 취급을 회피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저소득·저신용자는 저축한 돈이 많지 않아 질병, 결혼, 창업 등의 돌발적인 자금 수요가 생길 경우 금융회사 대출 등 외부자금 이용이 절실하다. 따라서 이들의 금융소외 해소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서금원은 현재 대출 비교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고 있다.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정책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생업에 바쁜 서민들은 해당 앱을 통해 발품을 팔지 않고, 타 플랫폼에서 대출을 신청하는 것보다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비교·신청 가능하다.
이 원장은 “저신용·저소득 금융취약계층은 표준화된 대출 조건이 반영된 핀테크 업체 서비스나, 시중 은행의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다”며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들이 대부업 및 불법사금융 이용 피해를 방지하고, 이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기 위해 대출 비교 플랫폼인 맞춤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금원 대출 비교 앱은 ▲정책서민금융 통합조회가 가능 ▲최다 제휴사 보유 및 금리 우대 상품을 제공 ▲중·저금리 유선 상담 서비스 제공 ▲대외 플랫폼 대출 거절자 연계 등의 특징을 갖췄다.
정책서민금융상품별로 대출조회를 하지 않아도, 한 번에 정책서민금융 대출 가능 여부를 일반신용대출보다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책서민금융 통합조회 시스템을 개발해 도입했다.
또, 가장 낮은 금리 순으로 대출상품을 비교 가능하며, 맞춤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보다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 시장에서 국내 최다의 67개 제휴사에 약 180여 개의 대출상품을 제공 중이다.
온라인 채널로 고금리 대출(16%)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전문상담원의 콜백을 통해 이용자에게 가장 최적의 중·저금리 대출상품을 안내한다. 대외 플랫폼에서 대출이 거절된 자에게는 맞춤대출 서비스로 연계한다. 우수한 대외 플랫폼도 안내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간 상호 상생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협업을 통해 전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정부 플랫폼인 정부24에 ‘서민금융’ 원스톱 서비스를 신설했다. 금융소외계층은 정부24 사이트 접속 시 자신에게 적합한 서민금융 정보를 제공받고 대출상담 신청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이는 정보 취약 및 접근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금융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했다.
금융소외는 보험 서비스에서도 발생한다. 서금원은 보험사와 협약을 맺고 우선 ‘한 부모 가정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보험료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경우 질병, 상해 발생 시 병원비 마련이 곤란하므로 보험 가입이 필요하나 적합한 보험상품이 없고 보험료 부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 부모가정 의료보험 상품은 한 부모 생계 및 의료급여 대상자를 제외한 만 13세 이하의 자녀를 둔 한 부모 가정 누구나 자동으로 가입되는 의료보험이다.
한 부모 가정에 꼭 필요한 질병·상해 후유 장애 보상과 골절진단비, 암진단비, 수술 위로금 등을 보장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서민 특화 신용평가모형’으로 부실률 문제 해결한다
이 원장은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대출 취급에서 발생하는 높은 취급비용과 높은 부실률에 따른 손실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봤다. 높은 부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원장은 금융사들의 대출 심사 시 이용하는 신용평가모델에 주목했다. 기존 모델의 경우 주로 대출 상환과 카드 사용 이력, 연체 여부 등의 재무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금융 거래가 부족한 서민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금원이 구축하고 있는 서민 특화 신용평가모델은 재무적 정보가 부족하고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서민의 상환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해 부실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 서민금융회사들이 이 모델을 이용할 경우 서민금융 공급이 보다 확대돼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융접근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하고 있는 서민 특화 신용평가 모형은 금융 정보를 포함해 총 1300여 개의 평가항목을 검토해 자동이체, 통신, 개인 행태 및 상환의지지수 등 중·저신용 씬파일러를 위한 비금융 대안 정보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금원은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서민 특화 신용평가 모형 개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해당 TF는 대안 정보 활용을 통해 서민들의 상환능력을 보다 세심하게 평가하고 금융접근성을 높여 서민금융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원장은 “금융 생활환경을 포함한 저신용자 등의 행동 특성을 신용평가모형에 반영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상환능력을 평가해 상환의지·능력이 있는 저신용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이용 기회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서금원은 서민대출의 높은 손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햇살론 상품을 통해 서민대출에 대한 보증을 제공해 왔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서민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시범 적용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상품을 새로 도입했다.
이 보증상품은 기존 햇살론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최저신용자(신용점수 하위 10%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함에 따라 이들의 금융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다. 최저신용자 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신용 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출 심사과정에 자동이체 이력, 상환의지 등 비금융·대안 정보도 다각적으로 반영한 상환능력을 평가 확대할 예정이다.
‘비금융’도 챙기는 이유는
이 원장은 비금융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자금 지원, 채무조정 등 금융 서비스 제공만으로 서민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이 원장은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거나 적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 불필요한 대출을 받게 되거나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기도 한다”며 “비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정보의 불균형을 막고 경제적 자립과 사칭 피해 예방 등 금융취약계층의 실질적인 금융역량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금원은 금융취약계층이 스스로 신용·부채를 관리할 수 있도록 부채 관리에 필요한 맞춤형 솔루션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분야별 맞춤형 전문 자영업 컨설턴트가 경영 진단과 1 대 1 경영 개선 솔루션도 준다. 또, 금융교육에서 컨설팅, 복지 연계 등에 이르는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통해 서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자활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외에도 서금원은 금감원·경찰청·지자체 등과 함께 불법사금융 캠페인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서민금융 사칭 및 불법사금융 대응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확대를 추진한다.
비금융 서비스는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지원만큼 중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의견이다. 이 원장은 “불법사금융 업체의 불법추심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동반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담 부서인 사이버금융부를 운영, 홈페이지 서민금융 사칭 신고센터를 통해 서민금융 사칭 의심 및 피해 사례를 접수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금원은 절대 대출을 유도하는 전화나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서민을 노리는 불법사금융(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등)의 피해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6만208건에서 작년 7만371건으로 대폭 뛰었다.
마지막으로 이재연 원장은 “금융권 문턱이 높아져 마음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신속하게 상담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새로운 내일을 여는 길이다. 그 희망을 함께 찾아드릴 것”이라며 “생업에 바쁜 서민·취약계층이 보다 편리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의 소리에 가장 낮게 그러나 가장 크게 귀 기울이겠다. 돈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서금원을 떠올려주거나 전국 50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방문을 부탁드린다”며 강조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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