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넘버1’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진하자”
농심은 지난 1971년 미국 LA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미주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라면의 매운맛에 대한 염려 때문에 해외 전용 제품을 만들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농심 창업주인 고 신춘호 전 회장은 “농심 브랜드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 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 라며 국내 시장에서 파는 신라면을 해외에 그대로 가져갔다.
신라면을 필두로 농심 라면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 인지도가 높아지자 농심은 미국 사업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1984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개설하고 1994년 농심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했다.
2005년에는 LA에 약 3만1400㎡(9500평)에 달하는 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3대 일간지인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다수 미디어에서 신라면 브랜드를 세계 최고 라면으로 꼽을 정도로 브랜드 위상도 높아졌다.
매출도 빠르게 성장했다. 농심의 미국 시장 매출액은 제 1공장 가동을 시작한 2005년 417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 9500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북미 시장 사상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는데, 미주 시장의 대폭적 성장이 이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미국 내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해에는 제 1공장 생산량이 포화상태에 달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수출까지 동원하며 제품을 공급했다.
이에 농심은 제 1공장 인근에 제 2공장을 증설하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국내 생산 물량까지 미국에 공급할 만큼 기존 공장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제 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감으로써 공급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농심 미국 제 2공장은 LA 제 1공장 바로 옆에 약 2만6800㎡(8100평) 규모로 지어졌다. 기존 공장과 가깝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료 수급과 물류비용 효율성은 물론, 두 공장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산 시설은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 라인을 갖췄다. 고속 라인으로 연간 3억 5000만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농심은 고속라인을 갖춘 제 2공장에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기존 공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운영하며 미국 내 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제 2공장 가동으로 농심은 미국에서 연간 총 8억 5000만개 라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심은 신라면을 비롯한 농심 제품이 미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 2공장 가동으로 인한 공급량 확대가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 도약에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제 2공장 준공식에서 신 회장은 “농심은 1971년 미국시장에 처음 수출을 시작했고, 2005년 제 1공장을 계기로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며 “제 2공장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해줄 기반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넘버1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제 2공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해 수년 내 일본 ‘도요스이산’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2016년까지 미국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 머물렀던 농심은 2017년 점유율 20.4%를 기록하며 일본 식품기업 닛신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이후에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해 2020년 닛신과 점유율 차이를 5%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1위 업체인 도요스이산과는 아직 점유율 차이가 크다. 2020년 도요스이산 점유율은 49%로 농심 점유율 23.3%에 2배 이상에 달한다.
다만 격차를 점점 줄여 닛신을 역전했던 것처럼 도요스이산과의 점유율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농심 관계자는 “제 2공장 가동으로 공급에 탄력을 얻는다면 수년 내 1위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2020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최고 라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나타내는 신라면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가량 가격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양화하는 시장 니즈를 충족시킨 것도 주요한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점을 파악해 농심은 다양한 라면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 비건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비건 라면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기존 비건 제품 ‘순라면’을 기반으로 2020년 ‘순라면 미소&두부’와 ‘순라면 칠리 토마토’를 내놓으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이어 2021년에는 ‘비건 신라면’을 출시해 비건을 추구하는 소비자들도 신라면 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농심의 비건 라면 매출은 지난해 33% 성장한 126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제 2공장 가동 후 매출 상승세는 더욱 빠르다. 농심은 지난달 올해 북미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23% 성장한 4억 86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봉지 신라면은 전년 대비 36% 늘어난 83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육개장사발면과 신라면블랙(봉지)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37%와 20%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심 관계자는 “제 2공장 가동에 힘입어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며 법인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장은 미국 주요 유통채널에서 흥행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에서는 전년 대비 42% 성장을 이뤄냈으며 크로거와 샘스클럽에서도 각각 31%, 89% 성장을 기록했다.
농심은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미국 인기 프로그램 ‘America’s Got Talent’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과 손잡고 ‘Power of delicious Shin’ 광고를 선보인데 이어 라스베이거스 버스광고 등 다양한 활동으로 소비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펼쳐 오는 2025년까지 8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고, 수년 내 미국 시장에서 일본을 꺾고 1위 역전의 신화를 이뤄낸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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