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엔 삼성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채택한 모델도 있었는데, 이번엔 아예 배제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에서 엑시노스를 뺀 사례는 지난 2014년 출시한 갤럭시S5가 유일했다.
이에 따라 내년 출시되는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는 엑시노스를 만나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인 ‘갤럭시Z’ 시리즈는 이미 전량 퀄컴 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엑시노스는 중저가폰인 ‘갤럭시A’ 시리즈에만 탑재될 전망이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AP다. 애플과 같이 자체 AP 개발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만들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주력 사업으로 지난 2011년 처음 공개됐다.
올해 초 갤럭시S22 발열 및 GOS 논란 등 품질 이슈가 이어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삼성에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 탑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그간 업계에선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업 중단설이 지속적으로 나돌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을 이용하는 엑시노스 수율(양품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TSMC 공정으로 만들어진 퀄컴 스냅드래곤은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
경계현닫기경계현기사 모아보기 DS부문장(사장)도 “시스템온칩(SoC) 분야 개발 인력이나 투입 지원 등을 보면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현재 역량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방안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삼성이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퀄컴 칩을 전량 탑재하기로 한 결정은 결국 퀄컴 스냅드래곤을 이기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넘어 설계를 맡은 시스템LSI와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도 낮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실제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엑시노스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퀄컴이 점유율 40.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대만 미디어텍(26.3%), 애플(25.5%)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기타(Others)’에 포함됐다. 상위 3개 회사 점유율 합계가 92.2%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한 자릿수대로 파악된다. 삼성 갤럭시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다른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GOS를 비롯한 품질 논란을 겪었던 만큼 내년에도 품질 이슈를 피하고자 퀄컴 칩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과 함께 프리미엄폰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만큼 품질 이슈로 곤혹을 치르기보단 안정성을 택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모바일 AP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한 ‘엑시노스2300’를 개발 중인데, 갤럭시S23 출시 이전에 개발 완료가 힘들어 스냅드래곤을 채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삼성전자가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에 엑시노스와 대만 미디어텍 제품을 교차 탑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A 시리즈에 현재 개발 중인 ‘엑시노스2300’이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또 삼성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볼때 내부적으로도 AP 개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RM은 삼성전자, 애플,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이 개발·판매하는 AP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모바일 기기 95% 이상이 ARM 설계도로 제작한 칩을 사용하고 있다.
노태문 MX사업부문장(사장)도 갤럭시 전용 AP 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갤럭시 언팩 2022’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전용 AP 개발설에 대해 “여러 파트너사들과 논의하고 검토 중”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관련 팀들과 파트너사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구체화 되는 시점이 되면 시장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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