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창립 53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반도체) 부문장(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적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엄숙한 분위기 속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의 연말 인사가 속속 단행되면서,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첫 주~둘째 주 사이에 연말 인사를 발표한다. 지난해에는 12월 9일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인사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인 만큼, 이 회장의 뉴 삼성 비전을 엿볼 수 있어 주목도가 높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승진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시기로, 큰 폭의 주요 사업부문 수장들에 대한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선 큰 폭의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3분기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절반에 그쳤지만,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모두 부진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비단 삼성전자만의 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보다 먼저 3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갔고, 메모리 1위 기업으로서 리더십을 유지하는 등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도 경계현 사장은 기술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MX(모바일경험)사업부도 올해 상반기 ‘GOS(게임최적화옵션)’ 비활성화에 따른 성능 저하 논란을 일으켰지만,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침체 속에서도 폴더블폰·웨어러블이 약진을 이어가고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 사장의 사임에 “일신상의 사유”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최근 불거진 드럼세탁기 도어 유리 이탈·파손, 생활가전 등 품질 이슈와 실적 부진에 부담을 느낀 이 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임 일주일 전 미국서 열린 테크포럼(SDC 2022)에서 기조연설을 맡는 등 각종 글로벌 행사에 참석해 회사의 사업과 비전을 공유해 온 이 사장이 물러나자, 재계에선 생활가전사업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한 부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한 부회장이 연임 여부에 따라 생활가전사업부의 인사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직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한 바 있다. 현재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각각 사업지원, 금융경쟁력 제고, EPC 경쟁력 강화 등의 TF를 꾸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최근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59개의 계열사를 두루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해당 조직을 과거 미전실 출신인 정현호 부회장이 이끌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사업부문장을 제외한 임원 인사는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나온다. 원자재값·물류비 인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영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경영 위기 극복 및 조직 쇄신 차원에서다.
특히 이 회장의 ‘성과주의’ 철학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해 승진 단계를 과감하게 축소했다. 또 새롭게 발표한 인사제도에 걸맞게 지난해 40대 부사장 10명, 30대 상무 4명을 선임하는 등 젊은 리더를 늘리며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여성 사장 탄생 여부도 관심사다. 그간 이 회장은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중 가장 높은 직급은 부사장으로, 총 14명이다.
외부인재 영입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후 귀국길에서도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다”라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특성상 급격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이제 막 회장직에 올랐고, 내년 경영 환경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급하게 인사를 단행하기보다는 내년까지 사업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이 회장이 지속 강조해왔듯이 이번 인사는 키워드는 ‘기술’과 ‘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회장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쓰겠다고 언급한 바이오, 또 회사가 미래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6G·로봇 사업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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