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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3인방 이후 현대차 ‘미래’ 그리는 사람들

기사입력 : 202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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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이룬 비어만·슈라이어·동커볼케 퇴진
박정국 사단·이상엽·카림하비브 바통 받아

외인 3인방 이후 현대차 ‘미래’ 그리는 사람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현대자동차는 2019년 매출이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 117조원까지 상승했다. 기아도 작년에 처음 60조원대 매출을 뚫었다. 70조원에 가까운 69조원을 달성했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실적은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재 경영’이 바탕이 됐다. 특히 브랜드 혁신을 위해 디자인·연구개발 등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활약했다.

고성능N 주역 알버트 비어만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지난해말 퇴임하고 올해초부터 유럽기술연구소 기술고문직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대차 고성능차 기술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비어만 사장은 1983년 BMW그룹에 입사해 30여년간 근무하다 2015년 현대차에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BMW에서 마지막 7년간 ‘M시리즈’ 등 고성능차 개발을 주도한 기술 전문가다.

비어만 사장 영입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현대차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유수 자동차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당장 수익성은 크지 않더라도 고성능 기술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대차와 인연을 맺은 비어만 사장이 선보인 것은 고성능 ‘N시리즈’. N은 고성능차 최종 테스트가 이뤄지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머릿글자에서 따왔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 i20N, i30N, i30N 패스트백N, 벨로스터N 등 고성능 라인업을 차례로 출시했다. 이들 차량은 유럽 각종 유력 자동차상을 휩쓰는 것은 물론 판매량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며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는 벨로스터N을 시작으로 아반떼N, 코나N 등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열악했던 고성능차 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1월 현대차그룹 역사상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으로 승진한다. 이듬해에는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산실인 남양기술연구소를 이끄는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되는 동시에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첫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과 이사회 멤버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래차에 집중하는 박정국 사단
비어만 사장 빈 자리는 전동화와 전장(전자장비) 분야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우선 후임 연구개발본부장에는 박정국 사장이 임명됐다. 박 사장은 내연기관차 엔진 전문가로 현대차에 입사해 연구개발 분야에서 임원을 달았다.

이후 현대엔지비·현대캐피코·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특히 전용전기차 출시를 앞둔 시기 핵심부품 기술을 담당한 현대모비스를 이끌며 전기차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이 2018년 발표한 ‘수소전기차 비전 2030’ 일환으로 현대모비스 핵심 투자도 주도했다. 박 사장은 최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모빌리티 데이터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SDV를 개발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설립도 발표했다.

그는 “연구개발본부가 함정이라면 소프트웨어센터는 쾌속선”이라며 “본부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센터에 공급하면, 센터는 선행개발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70년대생 젊은 임원들 약진도 눈에 띈다. 추교웅 현대차 전자담당·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부사장은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1974년생인 그는 이사 시절 현대차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오토 개발을 담당했다. 대부분 기술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되는 미래차 시대에는 그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상무를 단 지 3년 만인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점은 그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자율주행 개발을 총괄하는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 전무는 2017년 현대차 최연소인 37세에 임원을 단 인재다. 지난해말 인사에서는 전무로 고속승진을 했다.

그는 현대차가 약 2조원을 투자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도 겸직하며 레벨4 이상 완전자율주행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슈라이어·동커볼케 디자인 혁신
현대차·기아 디자인 혁신에도 과감한 외국인 임원 기용이 있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전 사장은 2006년 기아 사장으로 재직중이던 정의선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사다. 슈라이어 전 사장은 아우디 TT, 폭스바겐 골프4 등을 디자인하며 이름을 날렸다. 글로벌 인지도가 부족했던 기아가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그는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한 기아 K 세단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현재 기아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호랑이 얼굴’ 그릴과 단순한 직선으로 만들어내는 차량 디자인도 슈라이어 전 사장 시절에 정립됐다.

이후 현대차·기아 디자인 총괄로 승진한 슈라이어 전 사장은 유려한 곡선미를 내세운 디자인 언어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체처럼 흐르는 조각)’를 통해 현대차 정체성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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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라이어 전 사장의 뒤를 이은 인물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다.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폭스바겐그룹 산하 럭셔리카 브랜드에서 활약하던 동커볼케 부사장은 2015년 현대차에 합류해 수석디자이너로서 현대차·제네시스 차량 디자인을 맡았다. 슈라이어 전 사장이 사실상 경영 최전선에서 물러난 이후엔 현대차·기아 디자인 총괄 자리에 올랐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특히 ‘역동적인 우아함’을 내세운 콘셉트카 에센시아에서 선보인 디자인 포인트를 입은 4세대 G90, GV80, 3세대 G80 등 현재 제네시스 차량 디자인에 공을 세웠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지난 2020년 돌연 사표를 냈다.

현대차는 ‘개인적인 사유’라고만 밝혔다. 오랜 한국 생활로 소흥했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국 독일로 돌아가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동커볼케 부사장은 7개월 후 현대차로 전격 복귀했다.

현대차는 동커볼케 부사장에게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라는 없던 직책까지 만드는 배려를 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의 사내 위상과 정의선 회장의 인재 ‘욕심’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이상엽·카림하비브의 새로운 시도
동커볼케 부사장 이후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은 이상엽 부사장이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카림 하비브 전무가 기아 디자인을 이끄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상엽 부사장도 동커볼케 부사장과 함께 벤틀리에서 근무하는 등 23년간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서 활동하다가 현대차로 영입된 해외파 인사다.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 디자인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감각적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이 부사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간 협업을 강조한다. 디자이너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양산단계에서 비용 문제 등 현실적인 난관을 극복하려면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엔지니어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0.21Cd)를 달성한 아이오닉6도 그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카림 하비브 전무는 2019년 기아 디자인 총괄로 영입됐다. 이전에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인피니티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활동한 스타 디자이너다.

하비브 전무 체제 아래 기아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공개했다. 서로 대조되는 조형, 색상 등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디자인에 적용한다는 의미다. 이 디자인 특징이 처음 적용된 전용전기차 EV6는 국산차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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