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내건 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철회나 연기 등으로 퇴장하면서 얼어붙은 IPO 시장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내실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줄줄이 ‘수 천대 1’ 경쟁률…소·부·장 전진행보
21일 IB(투자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공작기계와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산업 기계용 정밀 부품 제조 기업인 대성하이텍(대표 최우각, 최호형)은 오는 8월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대성하이텍은 앞서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1678개 기업이 참여해 19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공모 밴드의 최상단인 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어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도 1136.44대 1의 경쟁률로 흥행하며 4조2500억원 규모 청약 증거금을 모은 바 있다.
지난 5월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시스템반도체 전문 디자인 솔루션 기업인 가온칩스(대표 정규동)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파트너사라는 점 등이 부각됐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가온칩스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1만4000원에 확정했고, 일반청약에서 2183.29대 1의 경쟁률로 청약 증거금 약 7조6415억 원을 모았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1만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1845.11대 1의 일반 청약 경쟁률로 흥행했다.
자율주행차용 비메모리 팹리스 업체인 넥스트칩(대표 김경수)도 지난 7월 1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넥스트칩 역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1623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1만3000원에 확정한 바 있다.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1727대 1의 경쟁률로 청약 증거금 7조3000억원 가량을 모았다.
2차전지 관련 소부장 기업들도 냉각된 IPO 시장에서 선전했다.
지난 7월 2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성일하이텍(대표 이강명)은 공모 당시 국내 증시 역대 최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2269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5만원으로 확정했다. 일반 청약에서도 1207.1대 1의 경쟁률로 20조1431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기록했다.
성일하이텍은 2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으로, 전기차, 휴대폰, 노트북,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동공구 등의 제품에 포함된 2차전지로부터 유가금속을 추출한다.
또 다른 2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새빗켐(대표 박민규)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밴드 최상단을 초과한 3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1724.96대 1의 경쟁률로 8조750억원 규모 증거금을 이끌었다. 새빗켐은 지난 8월 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대어(大魚) 아니지만…투심 대안처된 ‘탄탄한’ 소·부·장
올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IPO 시장도 덩달아 얼어붙었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해 올해 사상 최대 공모액을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미국 등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공모에 나선 대기업 계열 ‘대어(大魚)’ 기업들이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잇따라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IPO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에도 주식시장 상황을 이유로 상장 계획을 거두기도 했다.
반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들의 증시 입성은 두드러졌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성장성 업종과 연계되고 실적도 안정적으로 나오는 탄탄한 소부장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IPO 시장에서 투심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공모가 거품 등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던 점도 소부장 기업들이 IPO 시장을 주도한 배경이 된 것으로 지목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금리인상으로 시장 자금은 말랐고 비상장기업, 성장기업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다”며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IPO 시장은 불황을 겪었고, 자금경색, 주가폭락, 수요예측 제도 변경 등 요인이 시장 하강 속도를 더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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