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 제도는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에 대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해당 기업의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선 감사역량 대비 과도한 지정 감사로 인한 부실 감사 위험을 사전에 막는 목적으로 회계법인 감사역량에 상응한 감사인을 지정한다. 또한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능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Incentive‧성과 보상) 구조’를 도입한다.
감사인 지정 제도 자체 성과와 한계에 관해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음 달부터 관계자들과 임시조직(TF‧Task Force)도 운영한다.
그런데 감사인 지정 제도를 대폭 확대하자 감사인 독립성은 높아졌지만,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했다. 실제로 최근 현황을 보면, 상장기업 과반수가 감사인을 지정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감사인이 지정된 상장사 지정 대상 수와 지정 비율은 177곳, 8%였다. 지난해 1256곳, 54%로 이 규모는 급격히 불었다.
또한 현행 감사인과 기업 사이 연결하는 방식이 기업 중요성과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및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회계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문제도 있었다. 자유수임 구조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중 98%가 가군 회계법인을 선임하는 등 거의 없었던 로컬 회계법인의 대형 기업 외부감사인 선임 현상이 생긴 것이다. 지난 2018년 2% 정도였던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가군 외 회계법인 비중은 지난해 16%까지 늘었다.
일반적으로 대형 기업은 외국인 투자자나 해외 거래 상대방 등의 요구로 글로벌 회계법인 선임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현행 제도에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으며 감사품질 향상 속도나 부실 감사 대응에 있어 부족한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 감리 결과 평균 지적 건수를 보면 ▲가군 6.5 ▲나군 14.5 ▲다군 16.6 ▲라군 16.5로 집계됐다. 가군 다음으로 규모가 큰 나군이라 할지라도 다른 소형 회계법인만큼 감사 시간 입력 및 집계 통제, 감사조서 변경 여부 통제 절차 등 미흡한 점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나군 회계법인은 손해배상책임 능력이 100억원 수준으로 대형 회계 분식 사태가 발생할 시 투자자 손해를 보전하기에 크게 부족한 상태였다.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견 회계법인에 감사역량을 초과하는 다수 기업이 배정되는 문제도 존재했다. 지난해 중견 회계법인 회계사 수는 전체 회계사 수의 33%에 불과했지만, 지정 비중은 59%였다. 여기서 중견 회계법인이란 상장사 등록 회계법인 40곳 중 삼일회계법인(대표 배화주‧윤훈수) 등 가군 회계법인 4곳을 제외한 36곳 회계법인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대부분 회계법인이 품질관리 인력을 최소한으로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등 감사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 노력이 많지 않은 문제와 전체 회계사 인력 중 21%를 차지하는 상장사 미등록 회계법인은 5%(비정상 기업 제외 시 2%)만 배정받는 등 감사인 지정에서 소외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10월 ‘지정 감사 감독 강화 방안’을 시행했다. 그리고 감사인 지정 제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수면 위로 올렸다. 그로부터 9개월가량 지난 지금 금융위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변경 예고했다. 감사품질과 역량에 상응하는 감사인 지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과 감사인 매칭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세부적으로 보면, 먼저 기업·감사인 군 분류 개선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
기존에는 기업의 경우엔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감사인의 경우엔 △규모 △품질관리 수준 △손해배상 능력 등을 고려해 가~마 등 5개 군으로 나눴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군 분류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했다.
자산 2조원이 넘는 대형 기업은 감사 품질관리 수준이 가장 높은 가군 회계법인이 지정 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감사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이며, 사외이사 과반 구성 등 기업 운영에 있어 높은 투명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어서 기존 나군과 다군을 통합해 4개 군으로 조정했다. 회계법인의 군 분류 요건도 품질관리 인력과 손해배상 능력 등 감사품질 및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개선한 것이다.
둘째론 회계법인의 품질 개선 유인을 위해 감사품질 관련 사항을 감사인 지정 제도와 연계하기로 했다. 회계사 수에 주로 의존하고 있던 감사인 지정 점수에 감사인에 대한 품질관리감리 및 품질관리 평가 결과를 대폭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재무제표 감리 결과에 따른 부실 감사에 부과되는 지정 제외 점수 효과도 강화하기로 했다.
셋째론, 중견 회계법인 쏠림 현상을 완화한다. 시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엔 하향 재지정 제도로 상장사 등록 중견 회계법인에 대한 지정 쏠림 현상이 많았다. 이에 금융위는 앞으로 전체 지정 대상의 39%에 해당하는 회계 부정 위험이 큰 지정 대상 기업은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다.
또한 상향·하향 재지정 외에도 동일 군 재지정 신청도 허용해 기업의 감사 보수 관련 협상력도 높이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회계법인도 최초 지정기업과의 감사 계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기업이 재지정 신청 시 페널티(Penalty‧불이익)를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금융위 측은 중견 회계법인 지정기업 비율이 현행 60% 수준에서 10%포인트(p)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지막은 비상장사 감사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엔 비상장사도 감사인 지정 점수(지정감사인을 정하기 위해 산정하는 회계법인 점수)에 따라 지정돼 지정 점수가 낮은 상장사 미등록 감사인은 지정 시장에서 소외됐다. 하지만 앞으론 감사품질 역량을 갖추고 있는 상장사 미등록 감사인에게 중규모 비상장사 2개 사를 우선 지정한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을 규정 변경 예고와 의결 과정을 9월 중에 진행한 뒤 2023 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인 지정이 이뤄지는 10월부터 즉시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여부는 그동안 운영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사회적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검토할 것”이라며 “다음 달 중 학계·기업·회계 업계가 모두 참여하고 자본시장국장이 단장을 맡는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실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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