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로서는 다음달 8일 석가탄신일이 마지막 기회다. 최근 재계가 이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 사면·복권을 청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가 아니라 현 정부가 나서 경제 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매듭을 풀어주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바로 며칠 뒤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찾아 K-반도체 전략보고를 받고 "기업인들의 도전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말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던 때라 이는 이 부회장 사면·복권을 염두해 둔 발언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 사면은 실현되지 않았다.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던 대통령의 고민이 깊었던 탓이다. 이 부회장은 대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법무부에 해외 출장을 신고해야 하는 보호관찰자 신분이다. 향후 5년 취업 제한에 묶여 등기 임원으로서 책임 경영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얼마 전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가 올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무섭고 어려운 시기가 엄습하고 있다. 이럴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체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이다. 기업은 핵심 경제 주체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복권을 결정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진영 논리 혹은 반기업 정서로 인해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상황은 곤혹스러울 수 있다. 문 대통령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최근 임기 마지막 기자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사면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 판단 기준은 이미 나와 있다. 기 진행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이 부회장 사면을 찬성하고 있다. 사면 시기 역시 당장 하거나,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여론은 “이 부회장이 경제 외적 어려움에 발목 잡히지 않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쪽이다.
'위기에 강한 나라.' 지난해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코로나 시기 현 정부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말로 구호가 아니라 과감한 결단으로 ‘위기에 강한 나라’를 입증해야 할 때다. 국민의 삶을 지키고 미래를 책임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하나 남아 있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