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이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극한 대립 속 연일 표류하고 있다.
이에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오는 4월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선포했으며, 조합은 물러서지 않고 “공사중단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시공사 해지 총회를 준비하겠다”는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시공사업단 “2020년 2월 실착공 요청에 대해 공사비 충당의 주요 근원인 일반분양 시점을 2020년 4월 이내로 하는 조건으로 했으나, 귀 조합은 현재 수행중인 공사의 근거인 2020년 공사(변경)계약이 무효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당 시공사업단은 실착공 후 약 2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까지 1원 한푼 받지 못한 채 약 1조6800억원을 투입해 외상 공사를 수행 중에 있다”고 밝힌 상태다.
조합 측은 전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해당 계약서를 임의로 날인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6년 총회를 통과한 계약서만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계약서의 인정 여부를 두고 사업단과 조합 측의 평행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계약서가 작성된 날은 전임 둔촌주공 조합장의 해임안이 발의됐던 날이기도 하다.
조합은 “극한 대립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보여주기식 협상 말고 진짜 협상에 나선다면 어려움은 타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률이 절반가량 진행됐고, 현재 사업단이 골조공사까지 거의 진행한 상태라 지금 시점에 시공사 해지 및 교체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상황”이라며, “사업단도 이번 공사 중단과 관련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극단적인 행동에 나섰을 텐데, 지쳐가는 조합원들을 현 조합장이나 수뇌부가 어떻게 설득하고 끌고 갈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조합-시공사는 물론 서울 공급가뭄 속 일반 수요자들도 발 동동
이 같은 대립이 평행선처럼 이어지면서, 조합과 시공사는 물론 예비 수요자들과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총 1만2032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은 지난해부터 씨가 마른 서울 신규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 받았지만, 차일피일 분양일정이 미뤄지면서 서울의 공급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조합원들이라는 지적도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달부터 공사 중인 단지 인근에 견본주택을 열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공사 중단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정확히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겠고, 뉴스에서는 계속 불안한 얘기만 나오고 있어서 하도 답답해서 와봤다”며, “소송이 진행되면 입주가 더 늦어진다는데 이러다가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까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조합 임원들이 승산이 있다며 조합원들을 다독이고 있긴 하지만, 지금 사업단들은 이런 재건축 분쟁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처럼 보이는데 불안해서 밤마다 잠이 안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는 시공사업단과 조합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조합 측이 이를 반려하면서 평행선은 계속되고 있다. 설명회 현장에서 그간 조합과 사업단이 주고받은 공문을 확인해봐도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으며 '상대 측에 책임이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어 갈등 해결의 실마리조차 발견이 요원한 상태다.
현재 골조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다면 골조의 품질 저하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공사 중단이 사업단과 조합 양측에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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