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등 특별한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R&D(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해 성과를 이뤘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제조사의 점유율은 10.7%에서 34.7%로 뛰었다.
국내 배터리업계 선전은 일찍부터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본 소니가 1990년 최초로 상용화했다.
반면 국내 에너지 대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총수 결단 아래 배터리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앞으로 몇년간 국내 배터리업계 고성장은 보장된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가 300km 수준인 현재 전기차에 비해 신형 전기차는 400~500km를 갈 수 있다. 또 소형차 뿐만 아니라 중·대형 전기차도 본격적으로 나온다.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될 수록 배터리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얼티엄 배터리’를 공동개발했다.
GM은 이 배터리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를 2025년까지 30종 쏟아낼 예정이다. 얼티엄 배터리를 탑재한 첫 전기차는 작년 미국에서 출시된 전기 픽업트럭 GMC 허머다. 내년에는 쉐보레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실버라도EV를 출시할 예정이다.
SK온은 미국 포드 배터리 파트너로 선정됐다. 올 하반기 출시될 포드 F150 라이트닝은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400km 이상인 풀사이즈급 픽업 트럭이다. 이외에도 SK온은 아이오닉6·아이오닉7 등 현대차 전용전기차 일부 배터리 물량도 수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말 유럽 시장에 출시된 BMW i4에는 삼성SDI 프라이맥스 ‘젠5(5세대)’ 배터리가 탑재됐다.
BMW i4는 중형 전기세단으로 작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테슬라 모델3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꼽힌다.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30km에 이른다. 또 삼성SDI는 최근 스텔란티스의 미국 배터리 파트너로 선정돼 합작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30년 현재의 6~10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중국 배터리 기업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유럽도 배터리 자립을 위해 현지 완성차·배터리 기업이 새로운 모양의 배터리를 내세워 연합전선을 짜고 있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며 기회를 노려온 일본도 위협 대상이다.
중국 CATL은 2017년부터 5년 연속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ATL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최대 전기차 시장이지만 기술적으로는 한 단계 아래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CATL은 중국 외 시장으로 공격적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기업은 풍부한 광물 자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기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의 배터리 기술력은 국내 기업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선 독일 완성차 폭스바겐그룹이 2030년까지 유럽에 총 6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첫 배터리 파트너로는 스웨덴 배터리기업 노스볼트를 선택했다. 폭스바겐은 통합 각형 배터리를 새롭게 개발해 신형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LG·SK 등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온 폭스바겐이 본격적으로 배터리 자립에 나선 셈이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없고 에너지밀도도 높으며 충전시간도 짧다. 높은 양산비용과 기술적 문제 등을 해결한다면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중심인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전고체배터리가 2030년 전후로 상용화해 5~10% 정도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다양한 플랫폼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원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SK온은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LFP배터리 시장에 진출을 시사했다. 삼성SDI는 최근 전고체배터리 파일럿 라인 설립에 들어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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