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늘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롯데리테일아카데미 대회의장에서 52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진행했다.
눈에 띄는 점은 새롭게 꾸려진 4명의 사내이사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그룹에서 외부출신 인사가 사내이사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역대 처음있는 일이다.
김상현 총괄대표는 P&G 아세안 총괄사장, 홈플러스 대표이사, DFI 홍콩 싱가폴 법인 대표 등 국내 및 글로벌 제조·유통업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롯데그룹 유통군HQ를 이끌고 있다.
롯데쇼핑은 유통군을 총괄하는 김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김상현-정준호-강성현 3인의 각자대표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주력 사업부인 백화점, 마트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신속한 의사결정의 토대를 마련했다.
롯데쇼핑 사내이사 중 유일한 ‘롯데맨’인 장호주 부사장은 롯데쇼핑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축적해온 만큼 신규 이사들과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조 변호사는 201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 부장검사를 지낼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된 신동빈 회장 사건을 재판에 넘긴 인물이다. 당시 법원은 신 회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변호사는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롯데쇼핑이 이처럼 올해 주총 및 이사회를 통해 대대적으로 이사회를 변화시킨 배경에는 장기화된 실적 악화가 있다. 롯데쇼핑은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기업이자 롯데의 핵심 계열사지만 2017년 이래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15조5810억원, 영업이익은 37.7% 줄어든 216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13%,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3%나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연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의 벽도 깨졌다. 2020년까지 누적된 순손실만 2조원에 달한다.
이런 영향으로 롯데쇼핑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였던 강희태닫기강희태기사 모아보기 전 롯데쇼핑 부회장과 황범석 사내이사(롯데백화점 전 대표)가 퇴진했다. 강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하며 오는 2023년 3월까지 임기였지만 실적 하락 등 영향으로 물러났다.
신 회장은 “과거의 성공 방식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인재 확보에 우리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사업의 주축이 되는 이사회의 대대적인 재정비를 통해 과거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 주총에서는 신사업 강화를 위해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사업목적 추가는 롯데마트 미래형매장 제타플렉스(ZETTAPLEX)의 와인 전문숍 ‘보틀벙커’ 사업 확장을 고려한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사업목적 추가는 보틀벙커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며 “보틀벙커에서 시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를 강화·유지하기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틀벙커는 지난해 말 선보인 제타플렉스의 야심작으로 1층 면적 7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와인전문숍이다. 총 4000여종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으며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탭과 간단 스낵을 판매하는 부라타랩 코너를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롯데쇼핑은 대규모 투자도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백화점에 5476억원, 대형마트에 1704억원 등 총 7180억원을 투자한다. 내년에는 백화점에 8863억원, 할인점에 2176억원 등 총 1조103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년간 1조8219억원을 투자비용으로 집행하는 것이다.
투자비용은 노후 시설 교체 및 명품관 강화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2022년 사업전략으로 백화점 부문에서 명품 강화, 식품관 브랜딩 개편 등의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의 침체로 저평가된 감이 있는데 롯데쇼핑은 명실상부 국내 대표 유통기업”이라며 “유통업계 주총 첫선을 끊은 롯데쇼핑이 올해 주총을 통해 강한 변화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 상정된 11건(▲ 제52기 재무제표(안) 승인의 건, ▲ 정관 변경의 건, ▲ 사내이사 김상현 선임의 건, ▲ 사내이사 정준호 선임의 건, ▲ 사내이사 장호주 선임의 건, ▲ 사외이사 김용대 선임의 건, ▲ 사외이사 심수옥 선임의 건, ▲ 사외이사 조상철 선임의 건, ▲ 감사위원 김용대 선임의 건, ▲ 감사위원 심수옥 선임의 건, ▲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의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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