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같은 사안으로 징계를 받았던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승소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총 795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그러나 같은해 하반기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앞서 금감원은 DLF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과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의무 소홀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이에 함 부회장과 손 회장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손 회장의 경우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하고 금감원의 항소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날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하나은행에서 문제가 된 설명·녹취 의무 위반 등이 문제가 된 886건(가입금액 1837억원 상당) 모두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면서 함 내정자 등 임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낸 같은 취지의 소송과 결과가 엇갈린 건 이 부분이다. 지난해 손 회장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우리은행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는 볼 수 없고 내부통제 기준 자체의 흠결 또는 운영상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그러나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함 부회장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한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며 “내부통제기준이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함 부회장은 이날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3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이날로부터 한 달 후인 다음달 15일부터 다시 효력이 생겨 주총 안건 상정에 있어 절차적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법원이 함 부회장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처분의 효력 정지 기간을 '1심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이 추가로 집행정지 신청을 할 경우 2심 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현재처럼 중징계 효력이 정지된다.
금융당국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본 사안 관련해 법적·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손님 피해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음에도 당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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