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간 분쟁이 발발한 가운데 조선업계는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량이 늘어나 수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물동량의 정체와 해상운임의 상승으로 지난해부터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인 조선업계는 이번 사태로 LNG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와 관련된 가장 큰 대외적 변수는 글로벌 경기”라며 “유럽의 에너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LNG는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 들여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러시아 정부에서 LNG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호재로 평가된다. 25일(한국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겠다고 선포한 직후 국제 원유 가격을 형성하는 세계 3대 유종(브랜트·서부텍사스산·두바이유)이 모두 출렁했다. 브랜트유의 경우 종가 99.08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98.6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의 종가는 92.81달러였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 평가이익 상승은 올해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고공행진을 기대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윤활기유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를 극복했다고 평가받는다. S-OIL(대표이사 후세인 알 카타니)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이달 들어 배럴당 7달러 중반을 보이고 있는 정제마진 또한 올해 호실적을 기대하는 요소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사태로 우려감이 높다. 현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러시아는 현대차가 각별히 공들여 온 시장이다. 러시아는 중국·미국·체코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생산을 담당하는 해외 생산 거점이다.
현대차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미국이 대러 제재를 강화하자 GM 등이 현지사업을 철수할 때도 시장을 지키는 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2020년말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옛 GM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21년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르노닛산에 이은 2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러시아권역에 45만1000여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수입했다. 작년 판매량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며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가 러시아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수입 비율은 각각 26%, 60%"라며 "기아의 단기 리스크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 부분은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LG전자는 현재 러시아 생활가전, 스마트폰, TV 등 주요 가전 제품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가 현지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에 TV 공장 운영이며,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에 생활가전 공장서 세탁기·냉장고 생산하고 있다. 양사는 이달에 우크라이나 주재원과 가족들을 국내 귀환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임시 재배치했으며, 현지 공장 모두 정상 가동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러시아 시장은 2차 출시국에 포함돼 다음 달 중순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될 예정”이라며 “러시아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사전예약 물량을 받고 있으며, 현재 상황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러시아가 매우 미미한 수출 비중을 가지고 있어 이번 분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 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99만 달러(한화 약 885억 원)으로 저ᅟᅥᆫ체 반도체 수출의 0.06%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분은 주로 B2B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다 보니 미국·중국 수출량이 많다”며 “러시아의 경우, 매출이 몇천억원대 수준으로 미미하다보니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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