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결합을 승인하되 '거대 항공사' 탄생 시 운임 인상 등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보유·사용 중인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국제노선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호놀룰루·샌프란시스코·바르셀로나·프놈펜·팔라우·푸껫·괌, 부산∼칭다오·다낭·세부·나고야·괌 등이다. 국내 노선(편도 기준)은 제주∼청주·김포·광주·부산 등이다.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은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때 두 회사가 사용 중인 운수권도 반납해야 한다. 서울∼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이스탄불·장자제·시안·선전·자카르타·시드니, 부산∼베이징 등 노선이 해당된다. 단, 반납할 슬롯·운수권 개수의 상한은 노선별로 점유율 기준에 따라 정하고, 구체적 이전 내용은 실제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공정위가 국토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양사의 계열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사가 결합할 경우 중첩되는 노선 또한 119개로 보고 각각의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다. 119개 노선은 항공여객운송 국제선 65개, 항공여객운송 국내선 22개, 항공화물운송 국제선 20개, 항공화물운송 국내선 6개, 항공기 정비 등 기타 6개다. 그 결과 모두 40개 여객 노선(국제선 여객 26개, 국내선 여객 14개)에서 운임 인상 등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두 회사가 결합하면 유력 경쟁자가 사라져 운임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서울∼뉴욕 등 5개 미주 노선은 가격 인상률이 높고 다른 회사의 경유 편이 유효한 대체 수단이 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파리·로마·런던·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바르셀로나 등 6개 유럽노선 역시 독점이거나 경쟁 외항사의 점유율이 13∼31%에 그쳤다. 부산∼칭다오 등 5개 중국 노선, 6개 동남아 노선, 1개 일본 노선, 3개 대양주 등 노선도 경쟁 제한성이 인정됐다. 국내선(편도 기준)은 제주에서 내륙 지역을 오가는 노선 14개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기업이 결합한 뒤 각 노선에 대한 운임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도 제한했다. 공급 좌석 수를 축소하는 것 또한 금지했고, 좌석 간격과 무료수하물 등 서비스 품질도 유지하도록 했다.
마일리지는 두 회사가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되며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안에 양사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통합 방안은 공정위가 승인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 단. 제주∼울산·여수·진주 등 수요가 부족한 벽지 노선 6개에 대해서는 구조적 조치 없이 10년간 행태적 조치만 부과했다.
공정위는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항공 당국, 이행감독위원회와 협업해 행태적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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