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다섯 번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에 나섰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민간기업에도 노조추천 이사가 선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60년생인 김 전 부행장은 1985년 한국수출입은행에 입행한 후 홍콩현지법인, 선박금융부, 국제금융부, 플랜트금융부, 여신총괄부 등을 거쳐 2015년 기업금융본부장(부행장)에 올랐다. 201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내며 해외대체투자사업, 정책펀드관리, 채권발행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노조는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추천 배경으로 밝혔다. 노조는 “경쟁사가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합류시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KB금융에는 이러한 전문가가 없다”며 “김 후보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와 탁월한 식견으로 KB금융의 해외사업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KB금융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주총을 통과하진 못했다. 2019년에는 이해 상충 문제로 노조가 자진 철회했다.
이번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 추진은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민간 금융권에서 나온 첫 행보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이사 1명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면 민간 금융사에서 노조추천 이사가 임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영계 역시 노조추천이사제가 민간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이사회 기능을 왜곡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하는 등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의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고 특히 미국 국적의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해외사업과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노조 측 입장을 반박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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