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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민간 금융사로 퍼질까

기사입력 : 2022-01-12 20:44

(최종수정 2022-01-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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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일 6개월 후부터 노동이사 선임해야

노조 추천 이사 선임 요구 목소리 거세질 듯

수출입은행, 노조 추천 이사 선임 본보기

KB국민은행 노조 “올해도 이사 추천 추진”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소속 산별연맹 대표자들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이수진 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소속 산별연맹 대표자들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이수진 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국회(의장 박병석)가 11일 본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한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210명 중 176명이 찬성 표를 던졌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까지 언급하며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한 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후보도 찬성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대했고,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처리가 지연되자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해당 법안을 회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는 합의안을 마련해 지난 10일 해당 법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법안이 통과하면서 금융권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은행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조추천 이사 선임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민간 부문의 노조추천이사제 확산으로 곧장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계에서 일제히 ‘경영효율성’을 앞세우며 노동이사제 법안 국회 통과에 유감의 뜻을 밝힌 상황이다.

금융공기업, 올 하반기부터 노동이사 선임해야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11월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금융공기업은 개정안 공포일 6개월 뒤인 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법안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회에 3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를 비상임이사로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대표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로 선정되고,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으로 임명된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원장 이재연),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윤대희닫기윤대희기사 모아보기), 예금보험공사(사장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사장 직무대행 신흥식), 한국주택금융공사(HF‧사장 최준우닫기최준우기사 모아보기) 등 5개 기관은 공운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내용을 검토하는 등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산업은행(회장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한국수출입은행(은행장 방문규닫기방문규기사 모아보기), 예탁결제원(사장 이명호닫기이명호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공사(사장 진승호닫기진승호기사 모아보기) 등은 기타 공공기관에 해당해 이번 공운법상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에서 빠졌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기관 노조가 개정안 시행에 앞서 올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비상임 이사 자리에 노동이사제를 조기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달 2명의 비상임 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캠코도 오는 4월 2명의 비상임 이사 임기가 끝난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6월 3명, 예금보험공사는 8월 초 3명의 비상임 이사가 임기를 마친다. 사 측이 법안 시행 전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조 측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높아지고, 자율 경영 및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데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고질적 병폐였던 정부의 ‘내리꽂기’ 식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초석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신용보증기금과 캠코의 경우 최근까지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시달리는 중이다.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최근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출신 인사가 신임 상임이사로 내려온 것에 반발하며 사 측과 갈등을 빚고 있고, 캠코도 금융본부장 상임이사직에 국방부(장관 서욱) 산하 방위사업청 부이사관이 내정되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된 노동이사제는 1명의 비상임 노동이사를 두는 것이라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다만, 노동이사제가 본격 도입되면 그간 사 측과 문제가 됐던 갈등 사안에서 노조나 직원 목소리를 더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사제 관련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법 시행까지 6개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공운법 운용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등 정부와 협의해 개정안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 출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절반이 법률로 노동이사제를 보장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고립된 대만도 해당 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노동자가 회사 경영상태를 알게 되면 노사 관계가 오히려 화합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금융사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요구 거세질 듯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민간 금융사까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타 공공기관도 공공기관운영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고 일반 기업 역시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출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국회가 발의한 법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임명되는 선례를 남겼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행장 윤종원닫기윤종원기사 모아보기)과 캠코에서도 노조에서 사외이사를 몇 차례 추천했지만, 실제로 선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3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맞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려 한다. 앞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9년 1월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관련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산업은행 역시 4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노조추천이사제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이 가장 적극적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주주권 행사를 토대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역시 수출입 은행 선례와 이번 법안 통과를 바탕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조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는 한 번도 성사되지는 않았다.

최근 민영화 숙원을 이룬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도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제계와 노동계, 개정안 두고 상반된 입장 나타내


경재계와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우선 경제계에서는 이번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에 관해 즉각 반발에 나섰다. 노동이사제 악용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며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간 갈등과 쟁의행위가 빈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치 투쟁이 활발한 우리나라 노조 특성상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 비판이 많은 제도”라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지 69개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룬 지 14개월 만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됐다”며 “그간 노동자에게 금기 영역으로 여겨진 경영 결정 과정 참여와 견제, 감시 등이 제 역할을 할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에게 금기(禁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영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이해당사자로서 잘못된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작점으로써 이 제도는 충분히 의미가 깊다”며 “공공기관 경영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바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라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역시 “민간 금융사에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이사회 구성과 운영방식 개선,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및 감사위원 선임 요건 강화 필요성을 전했다.

금융권 사 측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 여파를 주시하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가 추진해온 이사 추천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주주권을 기반으로 벌이는 활동으로 노동이사제와는 관련 없다”며 “이번 개정안이 민간 금융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일단 법 시행 후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기재부가 마련할 지침에는 구체적인 노동이사 자격 요건과 선임 절차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개정안 발효 시기를 고려해 6개월 내에 관련 지침을 마련하려 한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노동이사제’ 전 단계 격인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 여부가 반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로 평가 기준을 높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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