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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양유업, '4무(無)'경영 원칙 무너지자 기업도 무너졌다

기사입력 : 2022-01-18 11:50

(최종수정 2022-01-18 13:26)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 시작으로 연이은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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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옥의 로고./ 사진제공 = 본사취재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10년 전까지 상장된 동종 업계 중 주가 1위. 주력 제품 판매율 1위. 2009년 이후 10년간 연 매출 1조 클럽. 스테디셀러 제품 다수 보유.

말 많고 탈 많은 기업, 남양유업의 기록들입니다. 이처럼 남양유업은 유업계에서 많은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다수 사람들은 ‘남양유업’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온갖 부정적인 뉴스들을 떠올립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을 시작으로 잊을만하면 부정적인 뉴스가 터지고 있습니다. 안 좋은 일도 한두 번이어야 하는데 연달아 문제가 생기다 보니 지금 모습으로는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남양유업은 홍두영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 착한 기업 이미지를 이어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오너 리스크에 흔들리는 기업이 됐습니다. 남양유업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까요.

남양을 있게 한 창업주의 '4무(無)'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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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1964년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했습니다. 홍 창업주는 창업 초반 분유사업에 집중하며 사세를 키웠습니다. 특히 1970년대 '우량아 선발대회' 메인 스폰서로 행사를 주도하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1971년 제 1회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에는 당시 영부인이었던 故 육영수 여사가 직접 참석하고 수상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할 정도로 큰 이벤트였습니다.

1980년대에도 건강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잘 지켜온 남양유업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분유시장을 압도했습니다. 이후 '아인슈타인 우유', '불가리스' 등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남양유업이 이처럼 초반에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 창업주의 4무(無) 경영이 있습니다. 홍 창업주는 경영원칙으로 무차입·무혈연·무로열티·무사옥 4무(無) 경영을 삼고 회사를 꾸려갔습니다.

홍 창업주는 1978년 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기업공개를 하고, 1997년 외환위기 때에는 180억 원의 은행 차입금을 모두 갚으며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부동산 투기는 절대 해서 안 된다는 창업주 경영철학에 따라 홍 창업주가 죽기 전까지 ‘전세살이’만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는 잊지 않고 강화하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그 결과 불가리스, 아인슈타인우유, 이오, 프렌치카페 등으로 시장에서 1등 하는 장수상품, 효자상품을 다수 만들어냈습니다. 2009년에는 식품업계에서 10번째로 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홍 창업주의 남다른 경영 철학 덕분인지 남양유업은 2013년 이전까지 괜찮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국내 유업계 1위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홍두영 창업주가 사망한 2010년 이후 4무(無) 경영 중 2가지(무혈연·무사옥)가 깨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남양유업의 고난의 행군도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사옥입니다. 홍 창업주는 “기업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40년 넘게 을지로입구 건물에 월세로 지냈습니다. “정치와 부동산 투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남양유업은 홍 창업주 사망 후 사옥 건립을 추진했고 2016년 도산공원 사거리에 15층 건물을 세웠습니다.

무혈연도 옛말입니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논란을 겪으면서 회사가 홍원식닫기홍원식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만 천하에 알려졌습니다. 홍 전 회장의 어머니 지송죽씨와 아들 홍진석 전 상무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2013년, 남양유업 고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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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 황하나 SNS)
신뢰받는 기업이었던 남양유업은 2013년을 기준으로 여론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이 그 기준입니다.

남양유업은 2013년 1월 지역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를 강요하고 가맹점주에게 협박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본사 영업사원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남양유업의 강매 사건은 아직까지 대표적인 기업 '갑질' 사례로 손꼽힐 정도입니다.

여기에 그동안 내부적으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각종 '갑질'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남양유업 매출은 대리점 갑질 이슈 전인 2012년 1조3650억원에서 2020년 9489억원으로 30.5% 감소했습니다. 2009년부터 이어오던 연 매출 1조원의 기록도 무너졌습니다.

2019년에는 홍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다시 타격을 입었습니다. 2020년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과대광고, 출산·육아휴직 직원에 대한 부당인사 의혹 등 이게 8년간 한 기업에서 모두 일어난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악재들이 터졌습니다.

연이은 악재? 진짜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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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2021 국정감사 참석 모습. / 사진제공 = 국회방송 캡쳐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앞선 문제들은 기승전결의 ‘승(承)’에 불과했습니다. 위기와 절정은 모두가 힘들어하던 2021년 팬데믹 시기에 터졌습니다. 바로 ‘불가리스 논란’입니다.

남양유업은 팬데믹으로 전 국민이 고생하던 2021년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2개월 영업정지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이 불러온 파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남양유업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의 과거 사건사고들까지 재조명되며 회사에 대한 여론이 빠르게 나빠졌습니다.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모두가 지쳐있을 때 불가리스를 치료제처럼 광고했으니 마치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을 건드린 모습이었습니다.

주요 소비자 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양유업 제품 및 위탁 생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대됐습니다.

홍원식 회장은 지난해 5월 27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에서 물러나고, 본인 및 일가가 보유한 약 53%의 지분 전체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로써 남양유업이 58년 만에 경영권을 외부로 넘기며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남양은 남양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계약 체결이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됐습니다.

남양은 과연 누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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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한앤컴퍼니 CI/사진제공=본사 DB
홍 회장은 지난해 7월 30일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기로 한 임시 주주총회를 갑작스럽게 취소하고 잠적했습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을 상대로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는 계약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홍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과 지분 53%를 매각할 수 없게 하는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홍 회장도 지난 9월 주식매매계약 해제 책임이 한앤코에 있다고 주장하며 3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앤코가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으며 백미당 사업부 분사와 임원진 예우를 주식매매계약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양유업과 한앤코 사이의 문제만으로도 복잡한데 하나의 기업이 이 갈등에 더 추가됐습니다. 대유위니아그룹입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1월 대유위니아그룹과 상호 협력 이행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한앤코와의 법적 분쟁에서 남양유업이 승소하면 남양유업 지분 53%를 대유위니아그룹이 인수한다는 내용입니다. 남양유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력도 약속했습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12월 남양유업에 자문단을 파견했습니다. 이에 한앤코는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가 체결한 조건부 계약을 무효화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하여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진행된 남양유업과 한앤코간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 2차 변론에서는 앞선 내용들에 대한 거센 공방이 오갔습니다.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김앤장 변호사 3인을 비롯해 한앤코 한상원 대표 등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한앤코 측은 피고인들의 악의적인 주식 양도 의무 불이행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신속한 소송 진행과 즉각적인 계약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앞으로 남양유업은 어떻게 될까요? 결국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겠지만 소송전이 적어도 1~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양유업 정상화는 결국 장기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이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준다면 남양유업은 대유위니아에 주식을 양도하고 경영권을 이전하게 되겠죠. 그러나 한앤코가 승소하게 된다면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와 맺은 계약이 해지됩니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남양유업은 언제쯤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기업하는 사람은 기업만 바라봐야 합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 홍두영 창업주의 말입니다. 홍 창업주는 남양유업을 바라봤지만 그의 아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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