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수출입은행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채권(Green Bond)’을 미 달러화 공모채 발행 중 최장 만기로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국내 기업의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지원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30억달러의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은 없었다. 지난 2016년 수출입은행이 25억달러,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발행한 25억달러가 최대 규모였다. 수출입은행 역시 통상 15억~2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만 발행해 온 점을 비춰봤을 때 이번 결정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이번 외화채권 규모는 정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발행사가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역대 외화채권 중 최대 규모다. 만기는 3년‧5년‧10년이며, 발행금리는 1.301%‧1.693%‧2.179%다. 각각 10억달러(1조2025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수출입은행의 이번 외화채권 발행이 폭넓은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재확인하고, 초우량 발행사로 대표되는 SSA(Sovereigns‧Supranationals and Agencies) 기관으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굳건히 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SSA는 정부, 국제기구, 정책기관 등 초우량 발행기관이다. 통상 만기별 10억달러 이상 대규모 공모채를 발행한다. 지난해 한국물 미 달러화 공모채의 개별 만기별 평균 발행금액은 4억8000만달러(5772억원) 수준이다.
임태영 수출입은행 자금시장단 외화자금2팀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국내 기업의 배터리 사업 등이 성장해 해당 분야를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의 여신(대출) 규모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산이 늘었다”며 “이 가운데 채권에 ‘그린 본드’를 포함해 초우량 발행사가 주로 하는 점보 딜(Jumbo deal) 스타일로 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 올해 처음 발행된 이번 외화채권 중 10년 만기의 경우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에 민감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녹색채권(Green Bond) 형태로 발행됐다. 국내 금융기관의 미 달러화 공모채 발행 중 최장 만기 녹색채권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수준으로 완성한 ‘ESG 채권 프레임워크’에 따라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등 우리 기업의 그린 뉴딜 해외 진출 사업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발행한 외화채권은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금리 안내를 제시하는 기준점(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발행사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3년‧5년‧10년 만기에 걸쳐 각각 10억달러에 이르는 전례 없는 규모로 공모채가 발행된 만큼, 활발한 유통시장 거래를 통해 후속 한국물 발행금리 산정 시 참고하게 될 기준(Price Discovery)으로서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연준의 급격한 통화정책 선회로 올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입은행이 이날 외화채 발행 성공으로 장기 저리 외화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우리 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할 때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 높은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해 포트폴리오 구축 차원에서 투자자들이 연초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임하는 소위 ‘1월 효과’를 노려 새해 첫 주부터 전격적으로 발행에 나섰다”며 “글로벌 ESG 투자자들에게 K(한국형)-배터리 등 우리 기업의 그린 프로젝트 해외 진출을 긴 호흡으로 지원하기 위한 10년 만기 그린 본드 발행이란 점을 적극 어필한 결과 당초 목표했던 30억달러 완판을 무난히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올해 총 155억달러(18조6387억5000만원) 규모 외화를 조달할 계획이다. 155억 달러 중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125억 달러다. 이번 외화 채권 발행으로 30억 달러를 확보하면서, 올해 목표치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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