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이후 본격 시행될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기회 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 해외 사례에 비추어 기본 투자상품 선택지로 TDF(타깃데이트펀드)가 부상하면서 상품 개발과 운용역량 강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운용 전략을 접목한 공모펀드 등도 주목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목표 은퇴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해서 최적 자산배분을 추구하는 TDF가 올해 자산운용사 ‘머니 무브(Money move)’ 격전지로 예상된다.
먼저 2011년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TDF를 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선두권이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 성과를 좌우하는 자산배분곡선, 즉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를 자체 설계해서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에셋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미래에셋 TDF 수탁고는 2021년 8월 기준 업계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또 다른 양강인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4월부터 ‘삼성 한국형TDF’를 라인업하고 있다.
미국 연금상품 대표 금융사인 캐피탈 그룹과 손잡고 시리즈를 구성했다. 각각의 펀드는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투자한다.
디폴트옵션 도입이 확정된 가운데 대형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업계는 앞다퉈 조직 보강과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연금 시장 성장에 주목하며 2021년 9월 개인솔루션본부와 ETF본부를 신설했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주요 고객사들의 디폴트옵션 TDF 라인업에 포함되기 위해 의미 있는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구축돼야 한다고 보고 있어서 시장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신자산운용은 2021년 11월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로보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대신 해드림 로보 TDF’를 출시해서 주목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TDF는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여러 지역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며 “‘보통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노후 대안”이라고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양한 ‘최초’ ETF(상장지수펀드)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1년 12월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KINDEX KRX 금 현물 ETF’를 국내 처음으로 상장한 바 있다.
특히 연금저축, 퇴직연금 IRP 등 연금 계좌를 통해 ETF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연금계좌로 해외 ETF에 투자하면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 향후 연금을 수령할 때 수령방식에 따라 퇴직소득세나 연금소득세로 저율 분리과세가 가능하다는 점도 ‘적립식 연금’ 투자 풍속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투업계에서는 향후 기금형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감안해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보강도 포착된다.
현행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 향후 민간까지 OCIO 시장이 확대될 경우 기존 트랙레코드(실적)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보면 NH투자증권이 작년 8월 조직개편에서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OCIO사업부’를 신설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8월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하고 기존 OCIO솔루션팀을 멀티솔루션본부 산하로 이동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2022년을 앞둔 조직개편에서 OCIO사업부 산하에 기획부서와 운용부서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기존 기관영업본부는 ‘OCIO솔루션본부’로 전환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신년을 앞둔 조직개편에서 ‘OCIO본부’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번에 ‘OCIO솔루션부’를 새로 만들었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 OCIO 운용 전략을 접목한 공모펀드도 확대될 수 있다.
OCIO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과 장기투자 상품인 퇴직연금의 투자목적이 동일한 것에서 착안됐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은 근로자가 운용하는 DC형보다 DB형 비중이 큰 데, 운용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자금 대부분을 원리금보장 상품에 투자하면서 고민을 겪고 있는 기업 수요를 겨냥할 수 있다.
현재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에서 OCIO 펀드를 라인업하고 있다.
2022년 4월부터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DB형 퇴직연금 가입 기업은 퇴직연금 적립금운용계획서(IPS) 도입과 사내에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는 점도 기회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OCIO펀드는 DB형 퇴직연금 위탁을 통한 수익률 제고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TDF는 코어(Core), ETF는 위성(Satellite) 전략”
TDF 시장은 순자산 기준 2021년 말 현재 10조원 규모이며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TDF 도입 초기에는 해외 운용사 제휴형 TDF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국내 직접 운용형 TDF와 ETF 등 패시브 펀드를 활용한 TDF까지 상품 스펙트럼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해외 운용사 상품에 재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는 자체 수수료와 해당 펀드 운용 수수료까지 ‘더블 보수’가 들어간다는 점은 챙길 필요가 있다.
또 환헤지 실시 여부도 장기적으로 수익률 차이로 이어질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신한자산운용의 ‘2022년 펀드시장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TDF는 투자자 기반이 확대되면서 퇴직연금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연금 계좌에서 ETF 직접 매매가 증가하면서 ETF가 TDF와 함께 연금자산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꼽혔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시장 변동성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전술적 자산배분 역량이 중요하다”며 “TDF를 코어(Core) 자산 전략으로, ETF를 위성(Satellite) 자산 전략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구축 방안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심예린 기자 yr04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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