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4.11.25(월)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이사] 중금리 대출, 이제는 ‘평가 능력’ 봐야 할 때

기사입력 : 2021-12-27 00:00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리스크 관리 역량’ 지속 가능성 예측 지표
신용 평가로 고객 상환 능력 다각적 평가

▲ 사진 :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이사이미지 확대보기
▲ 사진 :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이사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이사] 2021년 금융업계의 한해를 되돌아보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중금리 대출’이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의 정책 방향 아래 오랜 사회 문제로 꼽혀온 보통 사람을 위한 금융 기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4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금리 대출 정책은 지난 ‘16년부터 ‘18년까지 약 3년 동안 집행된 바 있지만, 올해 중금리 정책은 이전과는 방향성에 변화가 있었다. 실행의 무게추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잇돌 대출로 대표되는 공공 중심의 대출 공급 확대에 집중했던 것과 예년과는 달리, 올해 정책은 민간의 각 업권별 공급 확대 유도책과 더불어 저축은행의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지원, 기술을 활용한 대출 지원 인프라 확대 등 시장 플레이어들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데 집중했다. 시장을 육성하는 정책 방향은 정책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민간 주도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변화된 기조는 마땅히 환영 받을 만 하다.

금융당국의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 확대’ 노력은 실제 성과로 빠르게 이어졌다. 각 업권의 중금리 대출 공급액 총합은 상반기에만 8조 2,400억 원을 넘었다. 1~7월까지 시장에 공급된 사잇돌 대출 보증액이 1조 3047억 원임을 감안할 때 6배가 넘는 규모다.

정책 금융이 전체 중금리 시장의 30%를 차지했던 ‘18년과 비교한다면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이 확대되었음은 자명하다. 시장 주도로 중금리 대출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자 했던 당국의 정책은 의미 있는 성과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 즉 본질적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중금리 대출을 바라본다면 아직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부실 리스크 때문이다.

민간 주도의 중금리 대출 공급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공급량 확대뿐만 아니라 중금리 대출의 건전성 및 수익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금융기관이 중금리 대출을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오래가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불안함의 징조는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중금리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인터넷은행은 올해 자본 충당금을 전년 대비 64%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들에 따르면, 자본충당금 증가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시장 진출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저축은행 역시 내년 중금리대출 금리상한 인하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앞두고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장에 공급된 중금리 대출 규모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중금리 대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은 지속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뒷받침될 때 중금리 대출 공급이 반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고객의 신용도와 부실률이 비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중금리 대출 리스크가 높은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일정 부분 비례한다.

하지만 국내 신용대출의 CB 등급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각각 1등급 0.05%, 6등급 1.82%에 불과하다. 중신용층에 속하는 6등급의 차입자가 부실을 낼 확률은 10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는다.

중신용층에 내주는 중금리 대출이 반드시 리스크가 높은 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금융기관이 상환 능력이 좋은 중신용 고객들을 파악할 수 있다면 중금리 대출의 건전성과 수익성 확보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인 셈이다.

신용평가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이미 인공지능과 대안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중심의 신용평가로 고객의 상환 능력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1월 스팩 합병으로 약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미국 핀테크 기업이자 P2P학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소파이(SoFi)는 차입자의 교육 기록과 커리어를 통해 향후 변동성을 예측하는 자체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심사에 활용, 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 기존보다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대출 플랫폼을 표방하는 미국 핀테크 기업 업스타트(Upstarts)는 1천6백 개 이상의 변수와 9백만 개 이상의 상환 이력 데이터를 활용해 동일한 승인율에서 부실은 은행보다 적은, 예측력 높은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신용평가기술의 성과를 바탕으로 업스타트는 은행을 비롯한 30개 이상의 파트너를 확보하기도 했다.

우리도 이제 신용평가 기술에 더욱 주목하자.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도 신용평가 기술에 대한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미 온투업권을 비롯해 인터넷은행, 저축은행 등 많은 회사가 중신용 특화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거나 고도화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피플펀드는 지난 5년간 확보한 8조원 규모, 41만명 수준의 중신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도화한 결과, 자사의 CSS 4.1은 같은 승인률(상위 35% 기준)에서 기존 CB사 모형 대비 부실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같은 부실률(1.4%)에서 승인율은 340%로 높아졌다.

이처럼 신용평가 기술 고도화는 고객의 상환 예측력을 높이고 동일한 리스크에서 더 많은 고객에게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많이 발굴되어야 한다. 더욱이 마이데이터 시대의 개막으로 기존 대출 정보보다 훨씬 더 폭넓은 정보 취합이 가능해지면서 지금의 성과를 뛰어넘는 신용평가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신용평가가 정교해질수록 시장의 건전한 공급 확대로 이어지며 양과 질이 모두 담보된 진정한 의미의 중금리 대출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issue

오피니언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