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랑한 암벽들이 피톤 때문에 흉하게 훼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중추사업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대체품을 만들어 정착시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파타고니아는 최근 핫한 경제 용어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천연 섬유를 원료로 삼고, 토양이나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염료 등 화학물질 사용을 없앴다.
2005년부터는 고객들로부터 폴리에스테르 의류를 수거하는 것을 시작으로, 재활용을 위해 생산한 모든 제품의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식품 브랜드인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은 밀을 대체할 다년생 식물 ‘컨자(Kernza)’로 만든 맥주를 선보였다.
ESG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위기를 잘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위기는 환경 파괴나 노동시장 격차, 인권 침해 등 보다 광범위하다.
파타고니아가 지구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생산 방법을 택하는 것처럼, ESG는 어느 한 기업의 위기에서 나아가 지역이나 사회, 세계 각국 구성원들의 위기로 관점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국가 간 상호 경제 의존성이 높아진 세계화 시대에, 이러한 도돌이표는 비단 환경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ESG란 명칭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기업이 매출, 수익, 이윤과 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위해 장기간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라면 한층 접근이 어려워진다.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한다면, 설비 도입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감사위원회를 두고, 성비를 고려한 이사회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버겁다. 이러한 현실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한 ‘중소기업 ESG 대응 동향조사’에서 300곳의 응답 업체 중 46.7%가 ESG 경영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그보다 석 달이 지난 9월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는 무려 89.4%가 ESG 경영 도입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ESG 경영을 해야 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무엇보다도 경영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 아문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투자기업 선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공시(SFDR) 규제를 시행하여,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 판별에 나섰다. 탄소 중립을 향한 각국의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이고, 미국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5,5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와 소비자, 나아가 사회와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서둘러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협력사에게도 ESG 경영을 요구하는 것은 변화에 발맞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국기업데이터(KED)도 올해 ESG 평가 사업을 시작했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평가팀을 운영하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등급을 매기는 것뿐만 아니라, 현황 진단과 도입을 위한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이 ESG 경영을 자연스럽게 도입하고, 내재화시키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평가모형을 개발한 것이 타 평가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당사의 설립 취지와도 통한다.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이 한 발씩 걸어나가며 변화의 파도를 헤쳐가자고 나는 이야기한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스 교수는 저서 <파이코노믹스>에서, 미국의 경제 잡지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28년간 매년 2.3~3.8%씩 시장 수익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책과 태도가 주가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이진 않다.
그러나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윤리와 환경, 노동 인프라 등에 관심을 갖고 기업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인류의 위기를 경험한 지금, 이러한 추세는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이제 어렵지만 우리 기업들도 공존과 상생을 생각해야 할 때다. 한때 필름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코닥의 사례는 시대 변화에 맞춘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지만, 디지털화를 무시한 채 필름시장의 매출에만 의존하다 2012년 파산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파타고니아와 코닥의 극명한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진화하고 발전하는 기업이 향후 100년을 산다.”
[이호동 한국기업데이터(KED)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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