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대거 유입으로 활황을 경험한 증권업계는 내년 금리상승에 따라 증시 조정 국면에서 도전적인 한 해를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B(투자금융)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들이 수익 다변화에서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낙관론은 ‘가뭄’, 제약요인 ‘가득’
미국 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국내·외 유동성 축소 영향으로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 감소가 전망되고, 금융당국의 ‘빚투(빚내서 투자)’ 주의보도 신용융자 거래에 제약 요인이다.
실제 증권사별로 금융지주 계열은 공동 사업계획을 기반으로 내년 전략을 세우고, 개별 증권사들도 영업부문별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2년 국내 증시 전망을 발표한 증권사 10곳(KB, 신한, 키움, KTB, 교보, 삼성, DB, 이베스트, NH, 한국)의 코스피 전망치 밴드는 2650~3600포인트(pt)로 집계된다.
전망치 상단은 역대 최고를 넘는 예상치다. 하단의 경우 지난 10월 전망 증권사 대비 일부 11월 전망 증권사에서 더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만큼 내년 증권 업황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지속과 오미크론 변이 공포, 글로벌 공급병목, 물가상승 압력, 중앙은행 통화 긴축, 한국 대선 등 다양한 변수가 언급되고 있다.
자본시장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도 2022년 전망에서 내년 연말 기준 코스피 예상 밴드로 3050~3350pt를 제시했다.
채권 손익과 연관된 금리는 인플레이션 전개 상황에 따른 금리인상 기대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IB 부문의 수익 약진이 증권사 실적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인상 여파로 기업공개(IPO) 열풍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내년에는 IB 중에서도 보다 다양한 수익처를 발굴할 필요가 커졌다.
대형 증권사 위주로 살펴보면, 우선 초대형IB로 업계 첫 자기자본 10조원 시대를 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1월 그룹 조직개편에서 IB, 연금 등 주력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트레이딩과 PI(자기자본투자)도 세분화했다. 특히 IB총괄을 IB1와 IB2 복수로 운영해서 사업영역 별 전문 역량을 강화한 점이 주목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3분기 별도기준 순영업수익의 비즈니스별 수익 비중에서 PI를 포함한 운용손익이 47%로 가장 크다.
해외주식, 연금 등을 키우면서 브로커리지 중심 수익 구조를 넘는 수수료 기반(Fee-Based)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혁신기업 프리(Pre)-IPO 투자 비중도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은 네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다. 자기자본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증권은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진출까지도 점쳐볼 수 있다.
또 미래에셋그룹은 15개국 34개의 해외법인 및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업계 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증권업황의 피크아웃(Peak out, 정점 찍고 하락) 우려가 일부 있으나 다변화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실적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 NH투자증권도 올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자기자본 6조원 시대를 열었다.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의 개선, 초대형IB 경쟁력 강화, 사업 영역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키움증권도 44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한 유증으로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키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에 나섰다. 온라인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큰 키움증권은 IB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WM(자산관리) 강화도 과제다. 삼성증권의 경우 금융자산 10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대상 ‘패밀리오피스’에서 투자파트너급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클럽딜(Club Deal)과 고객이 삼성증권의 PI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7월에는 삼성증권 SNI(Samsung & Investment) 개인고객과 법인고객 예탁자산이 업계 처음으로 각각 100조원을 돌파하며 ‘100·100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 수익 넘어 잠재리스크 관리 ‘화두’
변수만 없다면 3분기까지 미래, 한투, 삼성, NH 등 4곳을 포함해 4분기에 키움까지 올해 국내 증권사 빅5의 영업이익 ‘1조 클럽’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만에 업계 첫 누적 순이익 1조원을 넘겼고, 미래에셋증권은 누적 영업이익 2년 연속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 바통을 이어나갈 사업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이 시장리스크를 감안해 증권사에 수익성 추구 외 잠재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제약이 될 수 있다. 앞서 증권사들의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 사태, 부동산 그림자금융 확대 등을 고려한 것이다.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 테크핀(IT+금융) 증권사의 영토 확장도 기존 증권사들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연내 또는 2022년 초 별도 앱(app) 없이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앱 등 플랫폼에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탑재를 계획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올해 선보인 초보 투자자들을 겨냥한 MTS가 이목을 끌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모회사인 테크 기업 기반 기존 사용자층이 두터운 테크핀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마이데이터(MyData)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超)개인화 자산관리 플랫폼 경쟁도 예상되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PFM)는 ‘새 먹거리’로 금융권에서 공통 화두가 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회사들이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분투자와 대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중개 대상 금융투자상품을 전통적 자산에서 비상장 주식, 회사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금투상품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심예린 기자 yr04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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