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4.03.28(목)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최고금리 인하는 대부업 시장 혼란만

기사입력 : 2021-11-22 00:00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ad

대부업 시장 축소 ‘불법 사금융 양성화’ 역설
우량 대부업 양성 불법사금고 제재 단속 강화

▲사진 :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선조 11년 8월, 임금이 거둥할 때의 일이었다. 임금이 의장 행렬에 어린 아이가 끼어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구경꾼으로 알았는데 다시 보니 군졸이었다.

임금이 측은히 여기고 나이가 차지 않은 군졸을 집으로 돌려보내라 일렀다. 이에 병조 판서가 군졸들을 점검하여 해당자들을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였는데 원하는 자가 적었다.

이에 대해 사관 율곡 이이는 “임금의 마음이 착하지만 군정의 폐단을 개혁하는 정치로 이어가지 못하므로 애석하다.”하였다.

율곡의 탄식은 어린 아이가 군졸로 오는 일을 막으려면 묵은 군적을 정리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했지만, 정작 임금이 그 일에는 관심과 의지가 없었음을 말한다.

군정의 폐단은 교과서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앞서 어린아이에게 군역을 지우는 황구첨정(黃口簽丁),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거두는 백골징포(白骨徵布)가 그것이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6년마다 군적을 정리하는 법이 있었지만 폐지되어 오랫동안 시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고을에 할당된 군역 인원과 군포를 내야 할 가구의 숫자가 현실과 크게 차이가 났기에 관리들이 어린아이와 죽은 사람에게까지 군역을 부과한 것이다.

임금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뜻이 있다면 마땅히 군정을 개혁하는 실천에 나서 민생을 개혁하는 정치를 베풀었어야 했다. 조정의 논의를 세우고 정기적으로 인구의 변동을 조사하고, 고을의 크기와 재력을 감안하여 징집 인원과 군포의 숫자를 조정해야 했다.

하지만 관리들이 일이 번다하고 비용이 든다 하여 꺼리고 조정과 임금이 이를 용인하니, 어린 병사가 고향에 돌아가도 군역의 의무는 사라지지 않은 채, 또 다른 부역에 동원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늘날 이와 비근한 사례를 대부업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근래에 대부업법상의 최고금리가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인 연리 20%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되었다.

이와 같은 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은 ‘서민의 이자부담’을 안타까이 여긴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됐다.

사업자들의 이자율 약정 상한을 최대한 낮추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대통령의 마음가짐은 어린 병사를 측은히 여겨 고향에 돌려보내겠다는 선조 임금의 착한 마음에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으로 임금이 고향에 돌려보내라 이른 병사는 임금을 수행하는 의장대에 속한 군졸이었지 민가의 어린 노비나 머슴은 아니었다. 대통령의 착한 마음의 빛이 바래지는 첫 번째 지점이다.

국가는 돈 가뭄이 일만큼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사적 경제에 대한 간섭을 삼가는 것이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우리 법체계에 부합한다.

어린아이가 군졸 노릇하는 현실을 막으려면 고을의 인구실태를 점검해야 하듯이 약정이자 상한을 대폭 낮추어 서민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려면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의 실태를 우선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최고금리 또는 약정 이자율 상한이란 약정이 존재해야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약정을 맺을 사업자들이 이자율 상한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한다면 약정 이자율 상한규제는 현실에서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수요 측면에서 발생한다. 적법한 자금공급의 축소로 인하여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이자 부담이 높은 사금융 시장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자율 상한규제가 불법사금융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불법사금융업자에 대한 제재와 단속을 강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심의한 지난 4월 정무위원회 회의록에도 위와 같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야를 불문하고 민간인들의 이자 약정에 대한 강행규제의 한계, 대출의 원가구조와 법정 이자율 상한의 괴리를 지적하는 상임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답변에서 정부가 직면한 대부업법의 딜레마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다. 금리 부담 인하라는 선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평균 약정이율이 연리 43%에 이르는 불법사금융 시장이 축소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제출된 대부업법 개정안 중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4%에서 10%로 낮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개정안은 전세난과 맞물린 임대차3법과 마찬가지로 규제의 역설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불난데 풀무질하는 격이다.

정부와 국회는 대부업법의 제정 목적이 대부업 시장의 약정금리 수준을 은행권 수준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사금융 양성화’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더 이상의 최고금리 인하는 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오피니언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