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차에서 보험으로 재테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재테크를 할 때,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자리 잡은 '카카오페이'가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디지털 손해보험사 자회사 설립 준비에 대해 밝히며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보험업 진출부터 '카카오손해보험' 예비허가까지
먼저, 카카오페이가 세우려고 하는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가칭은 '카카오손해보험'입니다.
해당 자회사의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카카오페이가 60%를 카카오가 40%를 출자했습니다. 이 보험사는 보증보험과 재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업의 전 보험종목을 다룰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초 카카오페이는 삼성화재와 합작 손보사를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온라인 자동차보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대신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9년 7월, 인슈어테크 기반 GA 인바이유(현 '케이피보험서비스')를 인수해 보험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2019년 10월 ‘간편보험’ 서비스를 오픈하고, 해외여행·운동·유학생·반려동물 보험 등 생활에서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 상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카카오손해보험 설립에 착수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9일, 금융위원회 제11차 정례회의에서 카카오손해보험의 보험업 예비허가를 받았습니다.
◇금소법 위기 봉착..."카카오손보사 설립과 무관"
카카오 손해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았지만 보험 사업 가속화가 마냥 순조롭지 만은 않았습니다. 예비허가 후 약 4개월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9월 말 보험사 설립을 위한 준비 법인을 설립하며 보험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던 카카오페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인해 보험 관련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카카오페이는 제휴 금융기관 등이 제공하던 일부 서비스와 일부 보험상품 정보 게시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금소법에 따라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이는 금융상품에 대한 '중개'에 해당하기에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플랫폼 UI·UX를 변경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 주체를 보다 명확히 표시하고 소비자 유의사항을 추가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지털손보사 설립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카카오페이가 금소법에 저촉되지 않게 여러 서비스를 개편하며 디지털손보사 설립 추진에 동력이 떨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보사 설립에 전혀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소법에 저촉되는 문제는 보험 모집 관련 서비스고 카카오손보사 설립은 보험회사를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 사안은 전혀 별개의 안건이라는 설명입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중단된 서비스가 당사의 매출액에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반기 기준 각 0.2%, 1.1%, 1.6%, 1.2% 수준으로 당사의 매출액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당사는 필요한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거나, 자회사들이 취득하면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향후에도 금융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쳐 필요한 라이선스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월 20일, 증권신고서 정정공시를 통해 ▲10월 디지털손보사 자회사 본인가 신청 ▲올해 자회사 설립 ▲내년 1분기 정식 사업 론칭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11월이 넘은 지금까지 디지털손보사 자회사 본인가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보험업 첫 진출 사례라는 점에서 해당 본인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형 플랫폼으로서 수많은 고객을 확보한 빅테크가 기존 보험사들에 비해 우월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만큼 공정경쟁이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본인가 신청은 예비인가 취득 6개월 내 가능하다는 점, 금융당국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금융감독원 출신 추효현 실장을 영입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한 달 내엔 본인가 신청을 완료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생태계 활용...'생활 밀착 보험' 만든다
카카오페이는 금소법으로 인해 중단된 카카오페이 보험 서비스 판매 정비를 마치고 곧 재개할 예정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신원근닫기신원근기사 모아보기 전략총괄부사장은 10일 카카오페이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페이의 보험도 플랫폼 내 하나의 상품으로 들어와서 사용자에게 선택받는 구조일 것"이라며 "기존의 비싸고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보험 상품과 다르게 비대면 환경에서 일상의 위험을 커버해 주는 소액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보사의 초기 주력상품으로 생활밀착형 소액단기보험을 선보일 전망입니다. 카카오페이의 생활금융 데이터와 카카오 계열사의 생태계에 연계해 고객 생활 가까이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은 "단순히 많은 상품을 취급하는 것보단 사용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큐레이션 해서 판매하는 것이 유저에게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카카오페이는 개인 맞춤형 건강보험을 포함한 장기인보험 영역과 카카오T 등과 연계한 신규 모빌리티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미니운전자보험 서비스 제공, 기업 고객 대상 보험 확대도 목표로 합니다.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케이피보험서비스와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케이피보험서비스와의 제휴 및 디지털손해보험 자회사 설립을 통해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 니즈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환경 속에 다양한 혁신을 추진하며 카카오 계열사의 여러 서비스들과 연계된 상품을 개발해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카카오손보 보험 메기될까...'보험업계, 기대와 우려 공존
보험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자사 플랫폼과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보험 시장 차제가 레드오션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라며 "이미 많은 데이터와 플랫폼을 갖춘 카카오페이가 이를 활용해 소비자의 실생활에 맞는 소액단기보험 상품을 출시할지 기대됨과 동시에 이미 포화시장인 보험업계에 얼마나 잘 정착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염려하는 바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는 보험 판매뿐만 아니라 상품 제작, 위험관리, 고객 관리, 보험금 지급 등 총체적인 프로세스를 담당해야 하고,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에는 전국 인프라망이 잘 갖춰져야 하는데 카카오페이가 이가 잘 구축할 수 있는지, 또 구축되면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단 설명입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가 보험 진입장벽을 낮춰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어 보험 영업과 관리의 판도를 바꿀 수 있지만 대면 관련 역량이 없어 기존 시장 에서 우위를 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보험 상품이 복잡해 비대면 채널 만으로 상품을 가입하기 어렵고 설계사와 같은 대면 채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상품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일반 소비자가 비대면 채널에 있는 상품 설명서로 가입을 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대면적인 요소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게 보험 업종"이라며 "사실상 미니보험 중심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미니보험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비대면 역량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카카오페이의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은 기존 보험사에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빅테크의 디지털보험사는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 중소형 손해보험 관계자는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을 자극제로 삼아 디지털화 시대 흐름에 맞춰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보험사들은 디지털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29일, BNP파리바 카디프손해보험(카디프손보)를 인수하며 새로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재의 사업영역을 더욱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스타트업 등 외부와의 다양한 협업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삼성화재는 지난 10월 27일, 새로운 브랜드 '삼성화재 다이렉트 착'을 선보였습니다. 신규 브랜드를 디지털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고 ‘착’을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삼성화재는 데이터 분석과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초개인화된 보험 상품을 선보일 방침입니다.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상품도 지속 출시할 예정입다.
신한라이프는 디지털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온(가칭) 설립을 검토 중입니다. 해당 자회사에서는 생활형 미니보험을 통해 MZ 세대 공략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임유진 기자 uj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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