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식과 배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유 경쟁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 결정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새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하는 것만큼 대규모 공급이 아니더라도, 시장에 나오는 매매 물건이나 전세가 늘어나면 집주인들은 눈치를 본다. 2주택자들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도 시기를 정하지만, 1주택자들은 대부분 ‘이사를 가기 위해’ 매물로 등록하기 때문에 빠른 거래를 원한다. ‘다음 집’이 결정된 상황이라면 마음은 더욱 급해진다. 매수 의사자가 ‘할인’을 요구하면 어느 정도 수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으면 보통은 ‘지금 집’을 팔고 ‘다음 집’을 계약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거래절벽’인 상황에서도 집값은 왜 오를까? 아니, 먼저 거래가 뚝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부의 정책 미스가 첫 번째다.
서울은 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9억원 이상인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20%다. 10억원 아파트를 거래한다면 2억원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자체 조달해야 하는데 여유가 없다면 신용대출은 필수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해당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고객별 등급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특수직·전문직·공무원 등 일부 우수고객에 대해서는 ‘연봉 2배 대출’도 해줬다.
어떻게든 ‘in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었던 서민들 중 자격이 되는 사람들은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내 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대출이 막히면서 본의 아니게 매매를 포기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매수자는 계약금으로 1000만원을 걸었는데, 대출이 축소되면서 잔금을 치를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자 어쩔 수 없이 계약금을 포기하기도 했다.
매수자가 줄어들면 아파트값도 떨어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를 내놓은 사람들도 자신들이 매수한 금액이 있기 때문에 싸게 팔 생각이 없다.
10억 중후반 가격의 아파트를 매수하면 중개수수료만 1000만원이 넘고 취득세·지방교육세는 35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9억원 이상 아파트를 팔면 양도소득세도 부과된다. 매도자 중에는 세금까지 계산해 가격을 정하기도 해 싸게 내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누군가 8억원이던 59㎡를 9억원에 내놓았다면, 같은 면적에 살고 있는 다른 매도 의향자들도 9억원 전후 가격으로 정하기 마련이다.
신고가가 나오면 당연히 다른 매물들도 가격을 올린다. 심지어 인근 단지들도 따라서 가격을 고쳐 쓴다. 현재 집값이 유지될 수는 있지만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울 집값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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