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 1일 처음 공개한 캐스퍼 사양 정보에 따르면, 캐스퍼는 길이 3585mm(앞뒤 바퀴간거리 2400mm), 너비 1585mm, 높이 1575mm에 배기량 998cc급 간접분사(MPI) 엔진과 터보 직분사(T-GDI) 엔진 등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차량 크기는 국내 자동차관리법상 경차에 해당하는 차량이다. 길이와 너비는 기아 모닝과 완전히 같다.
현대차는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했던 경차 시장에 19년 만에 다시 진출하게 된다.
생산은 광주시와 현대차가 각각 지분 21%, 19%를 보유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맡는다.
GGM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업인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1호 모델로 출범했다. 자동차업계 평균 보다 낮은 임금에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가 주거 등 복지 혜택을 지원하는 형태다. 정부는 지역 일자리를 활성화하고, 회사 입장에선 마진이 낮은 차량을 만들더라도 수익성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캐스퍼의 가격은 1200~1500만원대인 기아 모닝·레이와 비슷하거나 더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캐스퍼는 경차와 소형SUV 사이의 균형 잡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올해초 언론 인터뷰에서 캐스퍼 가격이 1500만원 정도로 예상한 바 있다.
캐스퍼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모델인 만큼 지원도 더해진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지방세입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경차 취득세 감면 혜택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감면 상한도 50만원에서 65만원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공영주차장·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비영업용 대상 유류세 환급 20만원 등 기존 경차 혜택을 더하면, 소형SUV 보다 실제 소유비용이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캐스퍼의 상품성과 별개로 국내 경차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경차 판매량은 9만7072대로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8년 전인 2012년(20만2844대)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모델별로 국내 경차 1위 모닝은 올해 5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도 판매량이 매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모닝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데 이어, 올해 1~8월까지 17% 줄었다.
쉐보레 스파크는 단종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내년 스파크 생산 중단 시기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GM 본사에서 스파크 후속차량 계획이 없는 만큼 단종은 시기 문제로 보인다.
기아의 박스형 경차 레이는 특유의 공간성을 바탕으로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 4년째 신형 모델 출시 계획이 없다.
GGM 설립 계획에 참여한 관계자는 "경차 시장 전망이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차 성공 여부에 따라 제조사를 설득해 전기차 모델 유치 등 미래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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