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액이 한달새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연봉 이내로 대출 한도를 축소한 영향 등으로 신용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698조8149억원으로 7월 말(695조3082억원)에 비해 3조5068억원 늘었다.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증가폭이 컸던 7월(6조2009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9조2266억원까지 늘었다가 5월(3조546억원), 6월(1조2996억원) 감소한 뒤 7월에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건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은행권이 대출 일시 중단, 한도 축소 등에 나선 영향이 크다.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치를 넘어서자 지난달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도 줄이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 소득의 100%로 줄였다. 하나은행도 27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나머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등도 이달 중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8월 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32억원으로 7월말(140조8930억원)보다 1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카카오뱅크 등 대형 공모주 청약 등의 영향으로 7월 신용대출 잔액이 1조8636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증가세가 여전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93조4148억원으로 전월 말에 비해 3조8311억원 늘었다. 올해 최대였던 7월 증가액(3조8234억원)보다도 소폭 많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 문턱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두고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식 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마련한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추진하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대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에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도 몰리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2조8820억원 늘었다. 직전 1주일(13~19일) 증가액인 4679억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1만5366건으로 전주(9520건)보다 61%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주일새 2조6921억원 늘어 증가액이 전주(3453억원)의 7.8배에 달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